[기고]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씨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2007년과 2008년을 전후한 시기를 한국 인디 음악의 중흥기로 여기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의 가장 큰 논거는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브로콜리 너마저’를 비롯해 ‘언니네 이발관’, ‘검정치마’, ‘노리플라이’ 등의 팀들이 독자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당한 음반 판매고를 올리고 대중적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10cm’까지 이어지면서 최근에 인디 음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디 음악이 아이돌 음악 일색인 주류 음악 시장에 ‘다양성’의 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반갑긴 하다. 나도 인디적인 방식으로 음반을 제작하기 시작했을 때 주류 음악 산업 생태계에 대한 불만이 없었을 리 없고, 스스로 그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가능성이 있냐고 하면 사실 내부에 있는 입장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는 인디 음악, 특히 요새의 인디 음악은 뭔가 부족하다.

1999년 한해 동안 발매된 인디 음반이 20여장 수준이었던 데 비해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해 평균 300여장의 음반이 나오는 걸 보면 분명 양적으로는 성장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다양성은 급히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엄밀한 분석의 결과는 아니다. 나 혼자만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최소한 나에게는 최근 인디 음악은 재미가 없다.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보고 비슷한 사람을 만나며 사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스레 한 방향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홍대에 많이들 모여 있어서 괜찮은 점도 없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이곳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항의 인디 음악, 여수의 인디 음악, 영월의 인디 음악은 없고 오로지 홍대의 인디 음악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을 무렵, 학교 근처에서 뭔가를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음악을 하고 싶고 듣고 싶긴 한데 홍대까지 나가서 놀기가 귀찮아서 학교 다니는 사람들 중 노래 만드는 사람들을 모아 앨범을 내고 인근에 있던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공연도 했다. 봉천동 쑥고개에 지하 작업실을 만들고 거기서 이런저런 작업들도 했다. 결국 사람이 모이지 않아 실패를 하고서는 홍대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를 경험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기존의 홍대 음악과는 분명히 다른 것을 하고 있었고 인디 음악에 나름 새로운 흐름을 불러일으켰다.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회사 붕가붕가레코드 모두가 그 시절의 산물이다.

아마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어느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쿵짝거리면서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UV’가 외치는 것처럼 이태원에 ‘프리덤’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멀리 제주에 재미있는 게 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마 새로운 대안은 이곳들에서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 비로소 한국 인디 음악의 부족한 면이 메워질 것이라 본다. 대안을 원하는 이라면 홍대 바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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