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 설계와 교통체계로
쾌적한 캠퍼스 요원해
주변 환경과 관계를 형성하는
진정한 에콜로지 이룩해야

법학전문대학원
관악에 어여쁜 꽃들이 한창이다. 진달래가 피던 자리에 라일락과 수국, 야생화가 피고, 단풍나무 잎에 물이 올라 계절의 향기를 더한다. 매캐한 최루탄 냄새와 납작한 건물들로 가득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이 캠퍼스를 아늑하게 만들어 주신 이들에게 감사한다. ‘에콜로지(ecology)’란 생명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이나 생명체의 생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와 자신을 둘러싼 사회 및 자연환경과 주고받는 ‘관계’에 주목한다. 요컨대 자신이 거주한 장소가 바로 자신의 존재를 구성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이처럼 입체적 구성물인 에콜로지를 다 말할 수는 없겠으나 몇가지 측면을 살펴본다.

먼저 관악의 건물들을 살펴보자. 자고 일어나면 새 건물들이 솟는 실정이므로 이제 관악에서 건물이 어디에 들어설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관악의 개발이 장기적·전체적 계획 없이 어지럽게 이뤄졌다는 지적은 이미 많이 있었으니 건물 내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강의실은 수강자와 강의자, 그리고 수강자 간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하는데 최근에 지은 건물 중에는 목소리가 울려서 마이크 없이는 토론하기 어려운 강의실들이 있다. 대학의 캠퍼스는 구성원의 몸과 마음을 담는 그릇이므로 당대의 건축학적, 역사적, 예술적 전범(典範)을 집대성해 그 존재만으로도 자극과 영감(靈感)을 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만일 캠퍼스의 구상이 땅 따먹기 정신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이 안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배우는 것도 바로 그런 정신이 아닌지 두렵다. 우리에게 진정 부족한 것이 실내 공간 자체인지 묻고 싶다,

다음으로 캠퍼스의 교통체계를 짚어본다. 등하교 시간이면 관악구청 서울대 지하철역 주변은 몸살을 앓는다. 길게 늘어선 줄들, 즉 셔틀버스를 타기 위한 줄, 교내로 들어오는 일반 버스를 타기 위한 줄, 그리고 택시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때론 버스가 와도 이미 승객이 많아 그냥 보낼 때도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수에 기다리는 시간을 곱하면 그 시간과 에너지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현장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왜 이 교통체계를 바꾸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또 왜 특정 버스회사가 장기간 독점으로 학내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교 시 승객으로 가득 찬 이 버스에 일반요금으로 몸을 싣고 서울대 전철역이나 신림동 고시촌에서 하차해 본 사람이라면 이 노선이 얼마나 ‘황금알’인지 실감하기란 어렵지 않다. 다른 대학들처럼 전철과 학교 간 충분한 수의 중소형 셔틀버스를 마련하고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우리 대학은 도보로 등하교를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특이한 에콜로지 속에 있다. 그렇기에 캠퍼스 등하교 교통체계는 단지 편의시설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과 캠퍼스, 구성원 간 관계, 또 학내 구성원과 지역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원활한 교통체계는 학내 자가용의 수와 함수관계이기 때문에 매연, 주차 공간, 녹지 등과 같은 물리적 환경문제와도 직결된다. 넓은 캠퍼스 환경에 어울리게 학내 순환 노선을 만든다면 단대 간 소통과 구성원간의 소통  을 촉진할 것이며, 학생들의 스케줄에 맞춰 등하교 시간에는 더 많이 투입되고 늦은 밤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체계를 마련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환경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로 모든 구성원이 매일 경험하는 이러한 일을 합리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어렵다면 강의실에서 우리가 말하는 더 복잡한 문제들은 과연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우려된다. 찬연한 5월, 세계적 대학을 지향하는 우리 대학에서 또 다른 에콜로지를 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