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월 10일, 남부 베트남 정부는 다음의 성명을 발표했다. “베트남공화국은 일부 주요도로를 가리고 있는 열대밀림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베트남공화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베트남공화국의 요청에 따라 작전에 필요한 제초제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작전에 사용될 제초제에는 전혀 독성이 없으므로 야생동물과 가축 그리고 사람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토양에도 무해하다.” 경북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매립됐다는 고엽제는 베트남에서 1962년부터 1971년까지 330만헥타르의 밀림과 토양에 무려 8,000만리터 정도 살포된 것으로 추산되며 그 결과 3,000개가 넘는 마을이 오염됐다. 이것은 400킬로그램의 다이옥신과 맞먹는 양이었다. 2003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80그램의 다이옥신을 식수원에 희석하는 것만으로도 80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 하나를 제거할 수 있다.

1940년대 초 영국과 미국의 연구가들은 식물성장을 제어하는 호르몬의 정체를 규명하고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에 기초해 놀라운 효과를 가진 2,4-D와 2,4,5-T라는 두 종류의 제초제가 탄생됐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비료 및 DDT와 같은 살충제와 더불어 이른바 ‘녹색혁명’을 이끌었다. 이후 2,4,5-T와 2,4-D를 반씩 섞어 만든 가장 독성이 강한 제초제인 ‘에이전트 오렌지’가 개발됐고 1965년부터 베트남전쟁에서 사용됐다. 이러한 제초제를 생산하는 주요 기업 중 하나인 몬산토는 1948년부터 2,4,5-T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49년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외부로 누출됐다. 이후 사고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피부질환, 구토, 두통 등에 시달렸다. 당시 몬산토는 신시내티 대학에 역학조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직원들의 질병이 폭발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그 결과는 비밀에 부쳐졌고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1980년대 중반에야 이와는 다른 소송사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DDT, 2,4,5-T 등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자 몬산토는 ‘라운드업’이라는 새로운 제초제를 1974년 출시했다. 몬산토는 ‘환경친화적’, ‘100퍼센트 생물분해성’, ‘토양에 잔류물을 남기지 않는’ 등의 문구를 사용해 이 제품을 홍보했다. ‘친환경적’ 제품이여서일까. 라운드업은 전 세계 농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제조체가 됐다. 다시 수십 년이 지난 2001년 EU는 라운드업의 원료인 글리포세이트를 ‘수중생물에 유해’하며 ‘장기적으로 환경에 유해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또한 일련의 역학조사 결과 인체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이다.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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