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ㅣ창비ㅣ1만천원ㅣ356쪽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여기 자식보다 어린 부모, 부모보다 늙은 자식의 이야기가 있다.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늙은 자식은 우등상이나 학사모로 부모를 기쁘게 할 수 없다. 부모를 곧 떠나야만 하는 늙은 자식이 부모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자식이 부모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 부모의 연애를 소설로 쓰는 이야기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작가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이다. 사실 이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부모와 어린 나이지만 부모보다 더 늙은 자식이 겪는 불행 아닌 불행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작가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장으로 이들 가족의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어둡지 않게 그리고 있다. “비극에서 낙천의 보석을 골라내는 타고난 재능”이라는 소설가 성석제의 평가가 잘 어울리는 부분이다.
 
고등학생 대수와 미라는 17세에 덜컥 아이를 가졌다. 아직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고민조차도 해보지 못한 어린 나이에 우여곡절을 겪은 후 아름을 낳는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조로증이라는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아름이 너무 빨리 늙어가 17세에 80세의 육체를 갖게 된다. 아름은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가졌던 나이, 17세가 되었지만 신체 나이는 80세. 18세가 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름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좌절하지 않는다.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차라리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자식이 되고 싶다고도 한다. 아름은 남들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생로병사를 겪으면서 얻은 삶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오히려 젊은 부모를 위로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엄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진짜인 걸 알아요.” 세 가족이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들어 가출한 적이 있었던 미라가 아름에게 미안하다며 울자 아름이 의젓하게 한 말이다. 아름은 사람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부모가 됨으로써 한 번 더 자식이 되”기 위해서라는 답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청춘을 잃어버려야만 했던 부모에게 자신이 하지 못한 자식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자 한다. 완전한 거짓말도 사실도 아닌 이야기를.
 
대수와 미라, 아름의 이야기가 끝난 후 책에는 아름이 부모에게 남긴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이 실려 있다. 아름이 학교와 교과서가 아닌 자신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에서 스스로 터득한 단어와 문장에 자신만의 감성을 녹여낸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이로써 이야기는 아름이 태어나기 전 대수와 미라의 이야기와 아름이 태어난 후의 세 가족 이야기가 중간 중간에 교차되는 입체적인 구성이 되고, 아름이 만들어지던 그 때 ‘그 여름’이 전체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이루게 된다. 오늘날 나름대로의 비극과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져 오는 따뜻한 위로와 잔잔한 감동, 슬픔을 잊게 만드는 소소한 웃음까지. 이 모두가 어우러져 그들의 심장은 새로운 인생의 활력에 ‘두근두근’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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