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윤리학의 배신

콰메 앤터니 애피아 지음ㅣ이은주 옮김ㅣ바이북스ㅣ312쪽ㅣ1만6천원
우리의 본성이 윤리적이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윤리적 행위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이달 초 번역 출간된 『윤리학의 배신』은 이러한 질문에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독특한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 콰메 앤터니 애피아 교수(미국 프린스턴대 철학과 및 인간 가치 센터)는 『윤리학의 배신』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윤리적 판단의 실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윤리적 판단의 실험은 모든 지식의 근원은 어디까지나 경험에 있다고 주장하는 심리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그는 특히 인간의 도덕적 행동에 대한 심리학 실험을 바탕으로 윤리학을 바라보고자 한다. 윤리학과 심리철학이 주 연구분야인 저자의 관심사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기존 윤리학의 관점은 개인은 모든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행동을 보인다고 간주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도덕적·윤리적 직관과 관련한 다양한 도덕심리학적 실험 연구를 통해 도덕적 성격과 행동에 대해, 직관에 대해 기존의 정통 윤리학과는 다른 논의를 풀어간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동전을 주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부스 앞에서 서류를 떨어뜨린 사람을 도와줄 확률이 높았으며,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것보다 크로와상 향기가 나는 빵집 앞에서 사람들은 지폐를 잔돈으로 바꾸어줄 확률이 높았고, 주변의 소음이 더 큰 곳보다 작은 곳에서 남을 도울 확률이 높았다. 이러한 실험들을 통해 저자는 윤리적 행동이 일관된 성격이나 직관이 아닌 심리적인 요소나 상황이 개입하여 나타나는 결과라는 ‘상황주의’적 입장을 내세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은 그런 상황적 요소의 개입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해서” 등과 같은 그럴 듯한 이유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한편 도덕적 행동의 바탕이 되는 직관은 그 자체가 충분히 도덕적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틀 효과(framing effect)’를 통해 저자는 인간의 도덕적 직관이 얼마나 우리가 '교육받은 도덕'과 무관한 요소들에 영향을 받는지 이야기한다. 틀 효과는 의사 전달을 어떤 틀 안에서 하느냐에 따라 전달받은 사람의 태도나 행동이 달라지는 것, 즉 제시되는 정보의 배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독감 대비를 위한 정책에서, 600명 중 200명을 살릴 수 있는 정책 A와 400명이 사망하는 정책 B는 같은 것이고, 600명 모두를 살릴 가능성이 1/3이고 아무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2/3인 정책 C와 아무도 죽지 않을 가능성이 1/3이고 600명 모두가 죽을 가능성이 2/3인 정책 D는 같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A와 D를 B와 C보다 도덕적인 판단으로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상황주의적·심리철학적 연구들을 제시함으로써 윤리학적 사고와 직관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를 바탕으로 윤리학의 핵심 과제인 각자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포함해 궁극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에우다이모니아(인류의 번영 혹은 행복)로 나가기를 기대한다. 인간의 윤리와 도덕이 사라졌다고까지 하는 요즘, 분석과 사변이 주를 이루는 기존의 딱딱한 윤리학이 아닌 도덕적 행동을 하는 개인의 심리 상태와 행동 상태를 통해 새로운 측면에서의 윤리학을 말하는 이 책은 현대인들의 재미있는 삶의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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