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 옷차림에 신경안 써…‘학생다운 옷차림’ 강조돼

 서울대는 1990년애 이르러서야 여학생의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따라서 그 이전의 캠퍼스 패션은 남학생 패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남학생 의복사를 중심으로 들여다 보고 여학생이 특징적인 부분은 따로 짚는다.

 

과거 서울대인의 옷차림을 추적해보면 1950, 60년대는‘교복 세대’, 70년대는 ‘교복 과도기 세대’ 혹은 ‘교련복 세대’, 80년대는 ‘칙칙한 기성복 세대’, 90년대는 ‘개성세대‘로 분류할 수 있다.    

 


▲1950, 60년대‘교복세대’

1950년대에는 궁핍한 경제 사정으로  대학생들도 주로 55년 지정된 감색 교복과 미국의 구호물자나 전쟁 때 입던 군복을 재활용한 옷들을 입었다. 국민윤리교육과 진교훈 명예교수(철학과ㆍ56학번)는 “미군부대나 한국부대로부터 흘러나온, 폐품에 가까운 군복이나 작업복을 주워다가 청계천가에서 시커멓게 염색하고 줄여서 입었고 떨어진 군화에 생고무를 박아서 신고 다녔다”며 “어떤 옷을 입던지 서울대학생이라는 자랑스러움의 표시로 뱃지를 왼쪽 가슴에 달고 다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때에는 학생의 옷차림은 검소하고 단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60년대는 50년대와 마찬가지로 교복과 군작업복이 캠퍼스에서 주류를 이뤘다. 당시에는 4년 내내 교복만 입고 다닌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61년 박정희 군사정부의 ‘재건국민운동’으로 실용성과 기능성을 중시한 ‘국민 재건복’이 출현했고, 캠퍼스에서 이를 입고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때 학생들 사이에서 검소함을 강조한 이른바 ‘재건 데이트’도 출현한다.

 

 

한편, 69년 문교부에서 남고생과 남대생의 군사 교련을 실시함에 따라 학생들이 교련복을 캠퍼스 내에서 일상적으로 입고 다닌게 된다. 이 교련복은 이후 88년 교련이 폐지되고 난 이후에도 몇 년간 캠퍼스 패션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1970년대 ‘교복․뱃지 과도기 세대’ 혹은 ‘교련복 세대’

1970년대 들어서도 적지 않은 학생이 교복을 입고 다녔다. 그러나 73년부터는 교복을 신입생이나 저학년이 주로 입었고 3, 4학년들은 거의 입지 않았다. 그러다 77년 이후에는 교복이 차츰 모습을 감추게 된다. 박낙규 교수(미학과ㆍ73)는 “입학했을 때만 해도 교복의 어깨 부분에 서울대 교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입는 신입생들이 적지 않았으나 77년 졸업할 당시에는 열 명 중 한두 명이 입고 다녔다“고 말했다. 정부의 계획적인 경제개발로 경제사정이 향상됨에 따라 의류시장도 활기를 띠게 되고, 대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옷의 종류도 많아진다. 이에 따라 70년대 후반 이후에는 교복이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되고 더불어 뱃지도 점차 달지 않게 된다.

 

 

아직 기성복이 출현하지 않았던 70년대 중반, 교복을 입지 않는 학생들은 교련복을 입고 다니거나 당시 대중적이었던 양복점에서 ‘기지 바지’를 맞춰 입었다.

 

 

한편, 74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청바지는 캠퍼스에서 ‘패셔너블한 옷차림’으로 시선을 끌었다. 박낙규 교수는 “학생은 학생다운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인식때문에 유행에 경박스럽게 부화뇌동하는 학생들이 드물었다”며 “옷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당시에는 요즘처럼 자신의 개성에 따라 옷을 입었다기보다는 남들이 입는 대로 입고 다녔다”고 말했다.

 

 

▲1980년대 ‘칙칙한 기성복 세대’

1980년대의 캠퍼스에서는 무채색의 남방, 티셔츠와 청바지나 베이지색 면바지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창숙 교수(중어중문학과ㆍ81)는 “평범하고 어두운 색의 칙칙한 느낌이 나는, 고지식하고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범생스러운 옷차림이었다”고 말했다. 83년 교복 자율화에 의해 청소년 캐주얼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이랜드’가 처음 출시되고 이어 랜드로바, 죠다쉬, 뱅뱅 등 기성복 브랜드가 출현했으나 당시 캠퍼스 내에서 찾아보기 쉽지는 않았다. 이창숙 교수는 “옷차림에 신경쓰면 부도덕하고 생각없는 대학생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당시 엄혹한 정치․사회적 상황 아래에서 학생들에게는 민족ㆍ민주주의나 반미독재타도 등의 이념이 주된 관심사였다.   당시 총학 출범식사진에서 보이는 총학생회장의 두루마기 차림에서도 당시 고취되던 민족의을 엿볼 수 있다. 전상직 교수(작곡과ㆍ82)는 “80년대 대학생은 민족ㆍ민중에 대한 사회적 의무감을 짊어지고 있었다”며 ‘우리는 옷 같은 것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암묵적 공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계층간 외모에 대한 규범이 상당히 엄격했다. 이은영 교수(가정교육과ㆍ66)는 “80년대까지는 사람의 옷차림을 보고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며 “90년대 들어서는 의복으로 사람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학생다운 규범’이나 ‘대학생은 대학생답게’라는 인식이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통용돼, 타집단과 구별되는 대학생의 규범이나 문화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1980년대 말 이후, 냉전체제의 종식, 92년 서태지라는 스타의 등장 등 사회 분위기가 탈이념화, 개방화, 다양화로 나아가면서 옷차림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캠퍼스에서도 기존에 당연시해 온 ‘학생다운 규범’에 균열이 생기면서 이전과는 다른 옷차림들이 90년을 기점으로 과도기적 성격을 띠며 나타난다. 가령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남학생이나 민소매 차림으로 다니는 학생들이 캠퍼스에 나타나게 된다. 이에 대해 90년 『대학신문』의 독자투고란에 ‘남학생들의 반바지 차림과 고급 브랜드화를 경계하며 대학사회에서 학생이 지켜야 할 선을 지켜줬으면 한다’는 요지의 독자투고가 잇따른다.

 

 

90년 중․후반 이후로 ‘정형화된 대학생의 옷차림’이 모호해지고 옷차림이 다양해진다. 이전의 대학생과는 달리 옷차림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이 생겨난다. 지난 1월 사회과학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86년 이후로 고소득직군의 부모를 둔 신입생들이 확연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학생 옷차림의 다양화는 이런 신입생들의 경제적 여유와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사회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