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달 23일 모든 버스정류장에 음성안내와 점자블록을 설치하도록 서울시장에게 권고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들려주는 도서·뉴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될 정도로 과학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중 편의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011년 학생처가 발행한 자료집에 의하면 서울대에는 14명의 시각장애학생들이 재학 중이고 그 중 2명은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서울대는 서울 안에 있는 대학 중 처음으로 장애학생들을 위해 홈페이지를 재구축했다. 개편된 홈페이지는 ‘탭’(tab)키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화면의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어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쉽다.

하지만 여전히 시각장애학생들이 대학생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에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시각장애학생은 도우미 친구의 도움을 받거나 공익요원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장애학생 지원센터에 배정된 공익근무요원은 한 명뿐이어서 인력이 부족하다. 정문에서 공대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차량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크지만 신호등과 음성안내장치가 전무하다.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장애학생들은 외출할 자유를 제한받는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부여한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교육책임자가 당해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점자자료, 화면낭독·확대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의 장인 대학에서 시각장애학생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다. 시각장애학생의 경우  학습 자료를 얻기도 힘들다. 학교 측이 점자로 된 수업교재를 제공하지 않아 일일이 교수에게 부탁해 저서의 원본파일을 구한 후 점자로 변환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성파일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집은 변환해서 볼 방법이 없어서 학생들이 아예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중앙도서관에도 점자로 된 교재를 구해보기 어렵다. 시각장애학생이 대학의 기본 목적인 교육을 온전히 달성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본부는 장애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교통 환경과 교육환경을 정비해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우선 학생들의 이동을 보조할 인력을 늘리고 교내에 음성안내서비스가 되는 신호등을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수업교재들의 점자판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중앙도서관에도 점자로 된 교재, 오디오북을 비치했으면 한다. 또 시각장애학생용 도서관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각장애학생들이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장애학생은 비록 소수이지만 그들도 엄연한 학교의 구성원이다. 고등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꿈을 좇는 시각장애학생들이 공부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길 바란다.

정유진
자유전공학부·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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