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도 점차 누그러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의 초입. 독서의 계절이 다가온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을 맞아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도서관에서 마음의 양식을 맛보는 건 어떨까. 특화된 서고를 자랑하는 도서관부터 책 읽는 환경에 변화를 둔 도서관, 다양한 문화강좌를 준비한 도서관까지. 최근 도서관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올 가을 우리에게 새로운 독서의 세계를 보여줄 개성 뚜렷한 도서관들을 소개한다.

도서관, 서고에 특색을 담다

특정분야를 콕 집어 독자에게 ‘좁지만 깊게’ 다가서려는 도서관들이 있다. 이 도서관들은 해당분야의 도서를 중심으로 서고를 채워 전문성을 더했다.

관악산 등산로 초입에는 등산객과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끄는 아담한 건물 한 채가 있다. 언뜻 매표소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곳은 바로 ‘관악산시도서관’. 실제로 관악산 매표소를 리모델링한 이 도서관은 10평 남짓한 규모지만 국내외 시를 알차게 담고 있는 공간이다. “시는 다른 갈래에 비해 간결하다”며 “오가는 이들이 자투리 시간을 부담없이 채우기에 적절한 장르”라는 김수정 사서의 말처럼 시도서관은 등산객들과 주민들의 쉼터를 자처한다. 바로 위층 옥상에서는 연일 시화전이 열려 도종환 시인, 이해인 수녀의 시화를 감상할 수 있다. 회원이 아니더라도 신분증을 맡겨두면 당일 5시까지 시집을 빌려볼 수 있다니 참고하길.<문의: 관악산시도서관(871-2261)>

시도서관에서 각국의 시를 즐길 수 있다면 ‘한국문학번역도서관’에서는 28개 언어로 번역된 우리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번역도서관은 번역서들을 효과적으로 정리·보존하기 위해 한국문학번역원 내에 자리잡았다. 호기심에 방문하는 일반인을 비롯 번역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번역도서관에는 주요언어와 소수언어로 번역된 서적들이 한데 모여있다. 손진은 사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번역서들을 보고 신기해하는 방문객이 많다”며 “한국문학번역서는 각국언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에 대한 뿌듯함이 되기도, 귀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번역서가 가득한 이 도서관은 자칫 전문가의 전유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문의: 한국문학번역도서관(6919-7753)>

한편 2만여권의 음식 관련서적이 빼곡히 자리잡은 ‘농심식문화전문도서관’ 서고에서는 먹는 즐거움을 넘어 지식컨텐츠로 탈바꿈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문화인류학·철학 등의 학문에서도 식문화를 엿볼 수 있기에 식문화도서관에는 갈래와 분야를 막론하고 식문화를 추정할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조선 후기 한글 요리서인 『규곤시의방』 등의 고서와 단행본, 시청각자료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식문화를 접할 수 있다. 다만 외부 대출은 불가하다.<문의: 농심식문화전문도서관 (820-8299)>
독서의 장을 넓혀가는 도서관

네모난 책들이 꽂힌 서고, 도서관에서 앉아 책을 읽는 독자의 모습은 여느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경들이다. 그런데 도서관의 이러한 공식에서 탈피한 곳들이 있어 새롭다.

관악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숲속작은도서관’에 다다른다. 관악산 숲길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도서관은 ‘숲가꿈이’라 불리는 3명의 자원봉사자가 돌아가며 사서를 도맡는다. 도서관 책꽂이를 가득 메운 것은 어린이 서적과 환경 관련서적. 가족 단위 등산객을 배려하고 관악산을 오르내리다 지친 이들이 잠시 들러 자연 안에서 환경을 되뇔 수 있는 휴식을 주기 위함이다. 마루 바닥에 편히 앉아 독서에 빠져들 수 있고, 지척에서 자연의 푸름과 풀벌레 소리에 젖을 수 있다는 것은 숲 속 도서관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단 외부 대출은 불가하니 책과 자연을 함께 즐기는 것은 도서관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말자.<문의: 관악산숲속작은도서관(880-3683)>
‘낙성대공원도서관’ 역시 자연과 책이 어우러져 있는 또 다른 공간이다.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외관은 붉은 컨테이너 박스와 통유리로 꾸며져 있어 돋보인다. 책을 읽다가도 잠시 고개를 들면 통유리 벽면을 통해 공원 곳곳이 한 눈에 들어오니 독서와 산책을 겸하는 셈이다. 최근 낙성대공원도서관은 보건소에서 기증받은 105권의 도서를 토대로 건강테마도서 코너를 신설해 호응을 얻고 있다. 도서대여를 위해서는 회원가입이 필수. 빌린 도서는 관악구 내 동별로 운영되는 ‘다사랑문고’, ‘굴렁쇠문고’, ‘해오름문고’ 등의 11개 도서관에서도 반납가능하니 편리하다.<문의: 낙성대공원도서관(872-5575)>
한편 지하철 역사에 마련된 ‘강북 U-도서관’은 바쁜 출퇴근길에도 간편히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는 편리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도서관은 이용자가 인터넷·스마트폰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료를 요청하면 수유역, 미아역, 미아삼거리역에 각각 설치된 예약대출기로 해당 자료를 보내는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직접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대여와 반납까지 가능해 빡빡한 일상 속에서도 부담없이 독서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9월부터는 연체료 부과 대신 연체일수만큼 대출이 정지된다고 하니 주의하자.<문의: 강북정보문화센터(944-3105)>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는 도서관

최근의 도서관들은 ‘책 읽는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서관에는 서고를 가득 메운 장서만큼이나 강연회·영화상영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이번 가을 개포도서관의 ‘북아트 지도자 과정’에는 손수 책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강좌가 준비돼 있다. 총 10회로 구성된 강좌는 주간에 바쁜 성인들을 배려해 저녁 시간대에 진행된다. 이번 강좌는 상반기 기초반에 이은 심화과정으로써 북아트 강사 자격증 공부를 겸할 수 있다. 그림책부터 시집, 자신의 이야기를 엮은 책까지. 만들고 싶은 책을 자유자재로 쓰고 디자인하며 나만의 책을 만드는 능동적 독자로 거듭나보자. 강좌는 오는 14일(수)부터 11월 6일까지며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신규 접수자는 9만 5천원의 재료비를 지불해야한다. 선착순 접수가 오늘부터 시작되니 잊지말도록.<문의: 개포도서관(3462-1986)>

한편 강동구립 암사도서관에서는 일일 바리스타가 돼 볼 수 있다. 여유로운 독서와 커피 한 잔이 떠오르는 독서의 계절을 맞아 도서관에서 ‘도서관 커피스쿨’이라는 주제로 커피 강좌를 열기 때문. 핸드드립커피 만들기, 커피 맛있게 마시기 등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가능한 강의와 실습으로 짜인 이번 강좌를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제대로 만끽하게 될 것이라고. 행사는 오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며 참가비는 5천원이다. 선착순 마감이니 서두르자.<문의: 암사도서관(429-0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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