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제5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세계 각국의 국립 공연 단체를 초대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여온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 올해로 5주년을 맞이한다. 이 행사는 각국의 고유한 문화가 깃든 무용, 연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한다. 2011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지난달 31일에 막을 올려 두 달간 9개 나라의 30개 작품을 국립극장 네 개 공연장(△해오름극장 △달오름극장 △별오름극장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프랑스 국립극단 코메디 프랑세즈의 연극「상상병 환자」는 풍자와 해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유작이다. 작품은 끊임없이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건강 염려증 환자 아르강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7세기 당시 의사들의 고지식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꼬집는다. 극은 치료에 돈을 계속 들여도 병이 낫지 않는다고 느낀 아르강이 무료로 진료받기 위해 딸을 의사의 아들과 결혼시키려 하면서 야기되는 갈등을 주축으로 한다. 환자가 느낄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돈을 버는 탐욕적인 의사의 모습과 앵무새처럼 의학상식을 줄줄 욀 뿐 실제로 아무 역할도 못하는 의사의 우둔함은 웃음을 곁들인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세계 2대 극단 중 하나인 코메디 프랑세즈가 23년 만에 내한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은 다음달 14일부터 3일간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중국 영화 「마지막 황제」를 원작으로 한 발레극도 화제작으로 손꼽힌다. 오는 20일(화)부터 이틀 간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중국 랴오닝 발레단의 「마지막 황제」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담아낸다. 황제에서 죄인의 신분으로 전락했다가 종국엔 일반 국민으로 생을 마감한 푸이의 굴곡진 50년 생애는 130분의 러닝타임 안에 압축적으로 녹아든다. 중국을 배경으로 삼는 이 극은 경극 음악 등 중국 음악뿐 아니라 차이코프스키의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서양 음악까지 십분 활용한다. 발레의 고유한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스토리 진행에 맞춰 왈츠, 재즈 댄스, 쿵푸, 사자춤 등을 적재적소에 적용시킨 안무 역시 신선한 볼거리다.

국립창극단이 선보이는 판소리오페라 「수궁가」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작품은 판소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독일 출신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스스로 극의 장르를 판소리오페라라고 지은 데서도 알 수 있듯 작품은 기존 창극에서 볼 수 없던 가면이나 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극은 3미터 길이의 남색 치마를 입은 ‘도창’의 입을 빌려 진행된다. 관객에게 극의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 위해 아힘은 도창의 이야기에 맞춰 그의 치마 밑으로 토끼와 다른 등장인물들이 입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연출을 택했다. 도창을 제외한 인물들은 모두 평면 가면을 쓰고 관객을 마주해 그림책 속 이야기 한편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한층 높인다.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난 「수궁가」는 오는 8일(목)에 해오름극장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국립극장과 한국셰익스피어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셰익스피어 원어 연극제도 함께 열린다. 영어영문학과 재학생들이 참가하는 전국 대학 셰익스피어 원어 연극 경연대회에는 7개 팀이 30분씩 연기 대결을 펼친다. 또 교수극단 원어연극 부문에는 셰익스피어를 전공한 교수들이 셰익스피어의 연극 「자에는 자로」를 무대에 올린다.

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풍성한 세계 공연 예술 소식. 솔솔 부는 가을 바람과 함께 국립극장으로 올라가는 ‘무지개길’을 걸으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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