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새로 나온 책] 긴 여름의 끝, 지구의 노래

스테판 하딩ㅣ박혜숙 옮김ㅣ현암사ㅣ424쪽ㅣ1만8천원
다이앤 듀마노스키ㅣ황성원 옮김ㅣ아카이브ㅣ424쪽ㅣ1만8천원
너무 느긋하다. 뉴스와 서점가에 즐비한 환경도서는 이상기후에 대한 경고 메시지들을 외치지만 공허하게 울리다 사라진다. ‘당장은 괜찮겠지’ 혹은 ‘과학자들이 해결하겠지’하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팽배하다. 정말 괜찮을까. 정말 인간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이미 늦었다.’ 새롭게 출간된 두 권의 책 『긴 여름의 끝』, 『지구의 노래』가 공통적으로 내린 진단이다. 뒤통수를 내리친다. 변화를 중단시키고 친숙했던 이전의 지구를 복원할 해법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대면할 때다.

『긴 여름의 끝』의 저자 다이앤 듀마노스키는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현장감 있는 자료들과 문제의식을 토대로 ‘긴 여름’의 끝을 알린다. ‘긴 여름’이란 인류의 문명을 가능케 한 기후 역사상 가장 오랜 간빙기를 지칭한다.

저자는 지구온난화를 예방한다거나 단기적 기술 대책으로 해결할 시기는 넘어섰다고 단언한다. 실세계에서의 비선형적 변화는 과학자들이 내놓는 모델보다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양복사열이 조금만 많아지면 얼음이 녹게 되고 융해수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해 해빙과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고도와 종류에 따라 온실효과가 달라지는 구름부터 탄소 저장소로서의 활력을 잃어가는 식물플랑크톤과 대양까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는 늘어가고 있다.

이미 늦었다면 종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가. 듀마노스키는 비관론자가 아니다. 저자는 무생물과 생물이 행성 전체와 상호작용하는 ‘살아있는 지구’ 패러다임으로 지구의 복원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래 생명체들은 지구와 상호작용하면서 행성의 자기조절력을 돕는다. 예를 들어 석회비늘편모류는 DMS라는 기체를 내뿜어 구름을 형성해 기후조절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인류는 ‘살아있는 지구’와의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지구 ‘위에’ 군림해 결국 행성 전체의 자기조절력을 무너뜨리기에 이르렀다.

현대인들에게 ‘살아있는 지구’는 생소한 개념이다. 아무리 봐도 지구는 죽어있는 ‘그것’들의 집합체 같다. 그렇다면 자기조절능력이라든지 살아있는 지구라는 것은 비과학적인 원시세계관의 발로가 아닐까.

가이아 이론의 주창자 제임스 러브록의 동료이자 계승자인 스테판 하딩 교수(영국 슈마허 칼리지)는 『지구의 노래』를 통해 그러한 비판적 시각에 응한다. 하딩은 상세한 설명으로 지구의 생명력이 ‘비과학적’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킨다. 저자는 다양한 그래픽을 곁들여 부분들의 조화로 가득한 가이아 지구의 모습을 설명해준다. 간단하게 흰색 데이지만 있는 행성을 가정해보자. 흰색 데이지 피복은 지표 온도에 음성적 피드백을, 지표 온도는 피복에 양성적 피드백을 가한다. 여기에 어두운 데이지와 태양의 밝기라는 변수를 도입해 시뮬레이션을 거치면 데이지 개체 수는 변화무쌍하지만 행성의 전체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다시 말해 데이지 행성을 관리하는 무형의 신비한 목적론적 실체가 없어도 생물과 무생물 간의 피드백만으로 행성의 자기조절 능력이 검증되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서 더 나아가 하딩 교수에게 지구는 단순히 ‘설명’의 대상으로서 ‘그것’이 아닌 ‘이해’해야 할 생물체다. 하딩의 전체론적 과학은 이제 ‘설명’을 넘어 자연에 대한 진정한 참여로 이어진다. 융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에겐 직관, 감각, 사고, 감정의 네 가지 앎의 방식이 있다. 이에 저자는 서구의 주류 과학이 지나치게 사고 영역을 육성했으며 이제 직관, 감각, 감정의 영역을 통해 살아있는 지구를 느끼길 요청한다. 그래서일까. 무미건조한 문체의 취재기록보관소 같은 『긴 여름의 끝』과 달리 『지구의 노래』는 독자의 공감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구를 인간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단어와 문장들로 이뤄져 있다.

『긴 여름의 끝』, 『지구의 노래』가 내린 공통된 해법은 또 한 번 뒤통수를 내리친다. 당신의 근본적 관점의 변화다. 철학적 차원의 문제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물러설 곳이 없다. ‘긴 여름의 끝’을 인정하고 ‘지구의 노래’에 귀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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