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새로 나온 책] 천국의 국경을 넘다, 유령

강희진ㅣ은행나무ㅣ336쪽ㅣ1만2천원
이학준ㅣ청년정신ㅣ302쪽ㅣ1만3천원
탈북자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5월을 기준으로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 수는 2만 1천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북자들을 다룬 두 권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기자가 탈북 경로를 동행하며 취재한 르포 『천국의 국경을 넘다』와 탈북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유령』이다.

조선일보 탐사보도 전문인 이학준 기자의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기사와 함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돼 세계 각지에서 방영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책 속에는 2007년부터 4년 동안 중국, 라오스, 베트남, 러시아 등지를 다니며 직접 탈북자들과 국경을 넘나들었던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르포의 성격에 걸맞게 국경에서 일어난 여러 긴박한 순간들이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느꼈던 소회와 함께 생생하게 전해진다.

책에 소개된 많은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비극적이다. 중국으로 인신매매를 당해 씨받이로 살다 아이를 낳고 도망친 이, 탈북 과정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몇 번이나 국경을 넘은 이 등 탈북자들의 아픔은 대개 가족과의 이별에서 비롯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놓인 많은 이들의 여정 그 자체는 ‘어떤 체제가 더 우수한가’라는 이데올로기를 떠나 삶을 향한 보편적인 인간의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성공하고 있다. 다만 저자가 탈북자들의 일그러진 생활상과 고통만을 강조하고 있어 책이 탈북자 문제라는 예민한 이슈에 대해 다소 거친 자극성 보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탈북자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논픽션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인터뷰 대상자들의 진술과 그들에게 공감했던 저자의 감상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마치 소설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한편 소설인 『유령』은 탈북자들을 소재로 삼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드러내는  데 힘을 쏟는다. 소설가 강희진은 탈북자를 사회 주변부를 떠도는 ‘유령’에 비유한다. 탈북자들의 힘겨운 남한 사회 적응기를 보여주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짜’들로 가득한 한국의 현실이다.

저자가 주인공으로 세운 탈북 청년들은 소위 ‘가짜 직업’에 종사한다.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 속에서 맡은 일은 가짜로 성행위를 하는 유사 성행위 판매자, 연예인이 아니면서 연예인 이름을 달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직원과 같은 ‘가짜’들이다. 배우 지망생인 주인공 주철은 ‘탈북 동성애자’ 배역을 맡기 위해 직접 감독 앞에서 자신이 실제로 동성애자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감독은 자기에게 필요한 사람은 ‘연기자’일 뿐이지 실제 동성애자가 아니라며 그를 거절한다. 이처럼 소설 속 탈북자들은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유령처럼 맴돈다. 연이은 자살 사건과 끔찍한 살인 사건이 그들의 불안정한 상태를 넌지시 말한다.

가짜로 가득한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탈북자들이 위안을 삼는 곳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가 ‘가짜’로 생각하는 온라인 게임 속이다. 주철은 게임 ‘리니지’ 속에서 실제로 있었던 2004년 ‘바츠해방전쟁’의 주역으로 설정된다. 주철을 비롯한 탈북 청년들은 점차 가상 세계보다 더 가짜 같은 한국의 현실 세계를 등지고 비록 가상이지만 정의를 위한 투쟁이 가능한 게임 세계로 빠져든다. 그러나 이들의 또 다른 탈주도 건강한 것은 아니다. 주철을 비롯한 탈북 청년들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며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더 잃어간다.

탈북자에 대한 책이 많지 않은 요즘  두 권 모두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고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다룬 두 책에서 독자들은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와 우리가 처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