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잔소리라고 무시하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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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욱 기자
  • 승인 2011.09.04 0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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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 새로 나온 책] 윤휴와 침묵의 제국, 성호, 세상을 논하다

 

강명관ㅣ자음과 모음ㅣ288쪽ㅣ1만7천9백원
이덕일ㅣ다산초당ㅣ416쪽ㅣ1만7천원

소통 부족 문제, 부자 감세와 비정규직 문제로 인한 빈부 격차 심화 문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사회가 시끄럽다. 이러한 사회 문제들은 현대 사회의 구조 하에서 발생하는 현대의 문제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조선시대에도 이와 비슷한 사회 문제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당시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조선시대 지식인의 눈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고자 하는 『윤휴와 침묵의 제국』과 『성호, 세상을 논하다』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은 역사학자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서인 기득권 세력에 의해 죽임당한 윤휴의 삶과 사상을 소개한 책이다. 서인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겉으로만 북벌을 외친 것과 달리 그는 북벌을 실행하자고 주장했고 그 결과 서인들은 북벌을 주장하면서도 반대하는 이중성을 드러내게 됐다. 뿐만 아니라 윤휴는 서인들이 절대적인 것으로 믿던 주자 성리학에 대해 서인들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침묵을 강요당한다. 저자는 당시의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 나와 다른 너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대, 그리고 실제 그렇게 죽였던 시대’를 담담히 그려냄으로써 윤휴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그 함의를 읽어내기를 기대한다.

윤휴가 제시한 백성을 위한 개혁안들은 백성들을 수탈함으로써 세력을 지키던 기득권층에게는 도전으로 비쳤다. 서인들은 윤휴가 시국을 비판하는 익명의 투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주장했던 것을 자신들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윤휴를 모함했고, 그는 결국 뜻을 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 저자는 그 시대를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위정자와 백성, 위정자 간의 소통이 부재한 사회라는 뜻에서 ‘침묵의 제국’이라고 표현했다. 당대의 이러한 현실은 사회 전반적으로 소통이 부족한 오늘날에도 시사점을 던져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성호, 세상을 논하다』에서 강명관 교수(부산대 한문학과)는 『성호사설』(조선 후기 성호 이익의 다양한 학문에 대한 사색을 정리한 책)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강 교수는 『성호사설』에서 당시의 사회 문제가 잘 드러난 부분의 원문을 실은 후 해석하고 이를 오늘날의 사회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조선시대와 오늘의 접점을 독자들이 찾도록 한 『윤휴와 침묵의 제국』과는 달리 조선 사회와 오늘을 병치해 비교하고 있다.

예컨대 『성호사설』 제8권 「인사문」 ‘가벼운 세금은 폐단을 낳는다’ 편에 ‘세금을 가볍게 해주고서 따로 더 받는 세금이 있다면 가난한 자가 더욱 곤궁해질 것이다’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세금이 적다는 것은 명목에 불과할 뿐 실제로 백성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의 양은 오히려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저자는 이것이 부자들을 위해 부자 감세를 감행하고 결국 서민이 그 부담을 안게 되는 오늘의 현실과 같은 원리라고 말한다. 또 저자는 소작인들에 대한 수탈을 지적하며 비정규직 문제를 읽어내기도 하고, 문벌로써 관직을 임명하는 세태에서 기득권을 쥔 소수가 돈과 권력, 정보를 독점하는 문제를 짚어내기도 한다. 저자는 몇백년 전의 사회에서만 통할 줄 알았던 조선시대 글을 통해 그 시대와 오늘날의 사회가 맞닿아 있는 부분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당시 윤휴와 이익이 제시한 개혁안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들이 짚은 문제는 시정되지 못했으며 사회 전반에 온갖 부정부패가 만연한 결과 조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는 스스로가 과거 사람들보다 낫다는,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오만함 때문에 반복된다고 했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조선과 같지 않으리라는 자신이 없어지는 대목이다. 그때와 꼭 같지는 않지만 묘하게 닮은 오늘날, 우리는 당면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어쩌면 과거의 역사를 담은 책 속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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