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정치학과·05)

1.

산길 점점 지워져 어느덧 어둠일 때

바위 위 귀를 가만 기울이고 있었다

산 아래 마을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려고

 

마침내 계곡물에 한쪽 발을 적셨을 때

봄을 지낸 꽃잎 하나 발등에 앉았다

세상에 최초였던 포옹 그렇게 여렸으리

 

2.

빈 공원 벤치에 앉아 꽃잎 받는 저 노인

댁이 어디시냐고 몇 번을 물어봐도

모른다 힘없는 도리질 지팡이가 떨린다

 

어디서부터 길들은 지워지는 것인지

할머니, 여윈 손에 깊은 길을 새기고도

바람이 공원 주위를 저녁 빛으로 쓸어댄다

 

마른 나무 사이로 아직 물소리 들릴까

색 바랜 나무벤치 감싸고 누운 할머니

세상의 마지막 포옹이 저렇듯 애틋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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