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소사전

이광욱(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꼴라쥬
 

대롱거리는 모가지를 오려붙이며

어색한 가족사진을 완성한다.

 

함께 있지만 다른 곳을 향하는 얼굴들

언제나 우리의 배경은 초현실적이다.

 


낭만주의


매달린 낙엽이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는 일

 


데칼코마니


우리는 서로를 닮기 원했지만

나는 너의 흔적일 뿐이다.

 

첫 키스의 날카로운 추억

 


마블링


휘젓는 숟가락에 비친 얼굴이 뒤집혔다.

우리는 물 위에 뜬 막처럼 어울리지 못했다.

 

생일마다 기름진 미역국을 먹는 이유.

 


모빌


가끔 바람이 불면 울고 싶어진다.

 


모자이크


별, 지나간 사랑, 눈 내리는 성탄절은 멀어질수록 아름답다. 아무도 이어붙인 파편과 그 아득한 거리를 짐작하지 못하기에

 


소실점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사라지는 것이다.

창가에 흘러내리는 올해의 첫눈.

 

모든 입체는 무수한 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액션 페인팅


빛나는 우연을 가장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태작을 양산했다.

 

조소


아그리파를 박살내고 뺨을 맞았다.

파편을 집어들기도 전에 나는 도편추방되었다.

손등을 흐르는 시간은 석고처럼 단단했고

한동안 나는 아무것도 쥐지 못했다.

 


캔버스


망쳐버린 그림을 지우기 위해

검은 물감 한 통을 다 들이마셔야 했다.

 

어젯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튜브


담담한 마지막 악수를 나누며

우리는 쥐어짜듯 생을 낭비했다.

 

미제레레miserere, 피보다 붉은 물감이 있을까?


아끼던 붓들을 꽃잎처럼 뭉개며 묻곤 했지만

 


팔레트


젖은 색들은 섞일수록 혼탁해진다.

그것은 나의 건조함에 대한 변명

 

이제는 울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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