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부
가을이 되면서 대학 입시철이 돌아왔다. 수시모집 접수는 8월 중순에 끝나고 이제 10월에 실기고사, 11월에 면접 및 구술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수시모집이 끝나고 나면 내년 1월에 정시모집으로 이어진다. 일년 중에 8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약 반 년이 입시 기간인 셈이다. 서울대는 특히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대학이기 때문에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특이한 입시 지원 현상은 우수한 학생들이 몇몇 학과에 몰린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요즘 대학 졸업 후 직장 잡기가 어렵다 보니 모두들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호하고 특히 급여가 많은 학과와 전공을 너도나도 찾고 있다. 설령 학생들이 적성에 잘 맞고 하는 싶은 전공을 찾아 진학하려고 해도 주위에서 왜 어려운 길을 선택하느냐며 만류한다.

필자가 진학하던 80년대 초반에만 해도 인기 학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적성에 따라서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건축학과 등 다양한 학과에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했다. 그때도 의학 및 법학 분야에 대한 선호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필자는 학부 1학년 때 생물학 계열로 입학했고,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계열 내 식물학과, 동물학과, 미생물학과 중 적성에 맞는 식물학과를 선택했다. 이름만 들으면 식물을 키우고 재배하는 학과 같지만 실제로 전공해보니 광합성 기작을 통해 지구의 생태계를 먹여 살리는 식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식물학의 기초 분야인 식물분류학, 식물형태학, 식물생리학, 해조류학, 분자생물학, 생태학 등을 배웠고 여러 응용 분야의 강의도 들었다. 적성에 맞는 공부라서 그런지 어떻게 취직해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주위 걱정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비인기 학과를 선택한 자녀의 장래에 대해 염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인기 학과, 또는 인기 있는 학과에서 비인기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장래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하고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누가 ‘교수님과 같은 길을 걷겠습니다’라며 찾아오면 ‘그래 잘 선택했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크게 주목 받는 전공은 아니지만 최근에 연구를 통해서 비인기 전공이라 하더라도 사회에 기여할 것이 많음을 깨닫고 보람을 느끼고 있다. 식물생태학을 전공하다 보니 전국 각지를 많이 다니고 해외 여러 생태계도 방문해서 연구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현지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듣고 현실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기 위해 연구를 하게 된다. 하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바이오갈대를 개발하였고, 태안 기름 유출사태 때는 유류분해 생물제제를 제공했으며, 수십년간 피해를 줬던 소나무재선충의 생태적 방제 방안도 제시했다. 또 최근에는 남극과 북극 지역을 방문해서 지구 환경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같은 학부 내 다른 교수는 다양한 연구방법을 접목해서 새로운 연구분야를 만들고 있다. 로봇과 센서, 인공지능 등을 접목해서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데 결과를 자세히 보면 나중에 인간심리 및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분야들은 타 이공계 대학에는 없는 분야들이다. 당장 관심이 적은 분야라고 하더라도 다른 분야와 잘 융합, 접목하고 적용의 폭을 넓히면 사회에 기여할 결과 창출이 가능한 분야가 많다. 열심히 노력하기에 따라 영원한 비인기 학과, 비인기 전공은 없다고 믿는다. 다른 사립대와 달리 서울대는 우리나라가 미래에 필요로 할 기초 분야 인재를 미리 발굴하고 육성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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