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은 지난 호 ‘학생사회 공론장을 돌아보다’ 기획을 통해 비상총회, 행정관 점거 등 일련의 사건들을 돌아보며 학생사회 공론장의 변화를 분석해 봤다. 이후 학생사회 공론장의 향방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본지는 ‘학생사회 공론장의 원동력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공론장과 관련된 다양한 집단의 패널을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간단한 발제와 자유토론으로 이뤄졌으며 발제는 패널만 진행했다.

진행: 이정수 기자 sososoo24@snu.kr
정리: 양호민 기자 homin0816@snu.kr
사진: 하태승 기자 gkxotmd@snu.kr

참여 패널(가나다 순)
강산(종교학과·06): 前 영화공동체 씨네꼼 회장, 본부스탁 주관
김재원(법학부·08), 반영진(농경제사회학부·10): 스누라이프 운영진
두헌(응용생물화학부·07): 부총학생회장
준규(법학부·08): 우주인(우리가 모두 주인인 대학 만들기) 단장,前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공동의장
채상원(지리학과·08): 500인 원탁회의 기획단장, 전 한국대학생연합 조직위원

참관인(가나다 순)
박수상(동물생명공학부·08): 농생대 학생회장
이동우(사회학과·10)
전진원(정치학과·08): 前 서울대저널 편집장, 前 점거수첩 필진
홍준기(법학부·08): 법대 학생회장


학생사회 공론장의 현재를 진단하다

이정수 : 학생사회 공론장을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이라 정의할 때 현재 학생사회 공론장은 어떤 상태인가.

"공론장은 의제가 있어야 작동하지만 현재 활동가들은 의제 발굴에 실패한 것"
준규 : 학생사회 공론장은 의제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그러나 지금의 학생사회 공론장은 의제가 실종됐다. 의제가 없다보니 사람이 모이지 않고,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공론장이 지금과 같이 활발하지 못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에는 의제를 끌어내고 실질적인 행동들로 연결시키지 못한 활동가들의 잘못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강산 : 물론 활동가들이 의제를 이끌어 내지 못해 기존 공론장의 활성화를 그르쳤다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의제가 실질적인 행동들로 연결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공론장의 민주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 학생사회 공론장이 얼마나 민주적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아리를 비롯한 학생사회의 소규모 집단들은 총학생회(총학)에서 단과대 학생회로, 단과대 학생회에서 과반 학생회로 이어지는 기존의 공론장이 개인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교조적인 학생회 조직은 이런 외침을 외면하고 의견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만의 장으로 남아있다.
"현 공론장의 민주성이 얼마나 보장돼 있는지 돌아봐야"


학생 노동운동을 예로 들어 보자. 활동가들의 바람직한 역할은 학생사회 구성원들이 노동자 권리 보장의 필요성을 접할 수 있게 문화적 배경을 조성하는 정도다. 하지만 현재 서울대 내의 활동가들은 학생들의 행동이 마치 자신들의 관할 하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자신들이 소속된 정치 조직의 이데올로기에 치우쳐 학생들에게 ‘혁명’을 요구한다. 학생사회는 생각이 달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론장을 지향해야한다.

준규 : 지난해 총학을 대신했던 연석회의의 의장을 맡으며 총학의 제반 제도들이 시대에 맞춰 나가지 못해 의견 수렴 측면에서 큰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학생사회가 이러한 한계점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론장은 의제 없이 저절로 작동하지 않는다. 서울대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민주화교수협의회, 공무원노동조합, 전국대학노조서울대지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등 학생사회를 넘어서 직원과 교수사회까지 함께한 공론장이다. 공대위 결성은 법인화라는 의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공론의 장을 결성한 것은 하나의 행동 양식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필요한 의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였다. 의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가들의 행동을 강압적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학생회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목소리에 주목해야…원자학우의 발생은 반성의 계기가 돼야할 것"
김재원 : 서울대 학생사회 내에는 의견 표출의 욕구가 잠재해있다. 하지만 강산씨의 말씀처럼 이러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제공됐던 수단은 기존 학생회 조직에 불과했다. 학내의 동아리와 같은 크고 작은 공론장들이 학생회를 통해서만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활동가들은 학생회와 다른 방식의 공론장을 어떤 태도로 대해왔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기존 정치에 대한 반발로 이른바 ‘반권’이라는 세력이 등장했다. 하지만 행정관 점거를 통해 확인했듯이 학생들은 기존 학생회 조직에 대한 반발의 개념을 넘어 제3의 자체적 공론장을 꾸리게 됐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이를 독자적인 흐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총학이 내놓았던 ‘원자네트워크’ 안은 이러한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원자네트워크’ 안은 원자화된 학생들의 모임인 ‘원자 모임’을 논의의 동반자가 아닌 지원대상으로 인식했으며 총학은 원자 학생들의 공론장을 진정한 공론장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줬다. 게다가 ‘원자네트워크’ 안은 새 공론장이 가진 독자적 성격을 담아내지 못했고 학생회가 포괄하지 못한 학생들이 원자화돼 따로 모이게 됐다는 사실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오히려 학생사회의 여러 의제들에 의욕적인 일부 학생사회 구성원을 부족한 학생회 동력에 이용하려 했다.

"학생들이 함께 고민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해…집행뿐 아니라 고민까지 학생회에 넘긴 현 상황은 문제 있어"
두헌 : 물론 현재의 학생사회 공론장이 좋은 상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는 활동가들이 작은 공론장들을 외면해서이기보다는 공론장 내 의결과 집행의 유리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공동체가 하는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의결해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집행뿐 아니라 매 사안들에 대한 고민까지 학생회에 맡겨버리고 있다. 간단한 과 학생회 행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학생들은 이 행사를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지 않고 학생회에 일임하고 결국 학생회 사람들만이 행사를 개최한다. 함께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사를 앞으로 어떻게 더 잘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항상 빠져 있다. 이러한 의결과 집행의 유리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 어떤 사안이든 학생들이 함께 시행과 평가를 반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함께 결정하고 시행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게 되는 곳이 곧 학생사회 공론장이다.




학생사회 공론장에서 활동가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두헌 : 학생사회 공론장은 집행과 의결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총학과 총운영위원회의 권위는 투표로 당선된 대표성에서 올 뿐 아니라 의결된 사항의 성공적인 수행에서도 온다.

"공론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기층단위 재건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현재의 공론장이 직면한 위기는 민주주의로 극복해야 할 것"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공동체가 하는 일에 함께 고민하고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집행과 의결이 같은 곳에서 이뤄지려면 기층 단위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총학은 집담회 등 여러 방식으로 노력했지만 집행력과 노력의 부족으로 기층 단위 활성화는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사회 기층단위의 재건을 통한 공론장의 복구라는 기본적인 틀은 타당하다.

준규 : 학생들이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활동가들의 역량 부족으로 그것이 드러나지 못할 뿐이다. 현재의 진정한 문제는 지도부에 있다. 지도부는 학생사회의 대중들이 가진 의제를 현실화시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두헌 : 현 학생사회의 공론장 체제는 기층 단위에서의 민주적 의결과 그 내용의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체제다. 이는 대의정치제도 내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진 끝에 도달한 체제라고 생각한다. 학생사회 공론장이 시들해질수록 학생회의 민주성 강화가 필요하고, 민주주의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53대 총학 선거 당시에도 계속해서 쟁점화시키려 했던 것처럼 중요한 것은 결국 공론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총학은 유니온 디베이트 및 비상총회와 과반 학생회 활성화를 통해 그러한 과정을 수행하고자 했다. 일련의 흐름을 생각해봤을 때 각 단위에서 구성원이 자치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공론의 흐름을 만들어 냈던 것이 비상총회 성사의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만큼 기층 단위에서의 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사회 재건은 기층 단위 회복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학생회는 학생사회의 의제를 포착해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하며 다뤄왔던 의제만 다루려는 관성은 지양해야 할 것"
준규 : 공론장은 단지 실행 이전에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결 기구일 뿐이다. 공론장에서 의견이 오가는 것 그 자체 보다 어떤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비상총회에 2천명이 모일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라. 휴게실 설치나 신자유주의 타파를 위한 의제였다면 학생사회에서 2천명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의제의 선택은 지도부가 하는 것이다. 그만큼 학생사회 내부의 의제와 그 의제의 요구에 대해 파악하는 지도부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의 학생사회 공론장이 다소 쇠퇴한 것은 지도부가 역량이 떨어지면서도 대중에게 의제를 물으려 다가가지 않고 자주 다루던 의제만을 다루려던 탓이 크다. 한마디로 ‘관성’에 따라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대중은 관심사가 아닌 것이 일방적으로 집행됐을 때 참여하지 않는다. 대중은 새로운 의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데 활동가들이 의제를 ‘관성’에 따라 선택하니 유의미한 결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채상원 : 통일이나 민주화에 수많은 대학생이 공감하고 모이던 시대는 지났다. 학생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요구는 다양해졌고 이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찾아내는 것이 학생회의 역할일 것이다.

"학생회는 공론장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들을 비상총회 등 민주적 의사 표현 경험에 노출시킬 필요 있어"
또 현 학생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활발한 공론장을 경험해 보지 못해 공론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생회는 비상총회 등과 같은 학생들의 민주적 의사 표현 경험을 늘려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재원 : 서울대 학생사회는 그 규모 면에서 직접민주제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의민주제적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대의민주제적 요소들을 갖추게 되면 학생사회 구성원들은 학교의 모든 사안을 인식하고 참여하는 대신 선출된 학생회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것을 원한다. 이처럼 학생들의 기본적 의사는 선거로 결정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학생회는 선출을 통해 부여받은 대표성으로 판단과 집행을 대신하면 되는 것이다. 공론장은 의견을 수렴하는 곳이지 집행하는 곳은 아니다. 선출된 대표자들이 해야 할 일은 공론장에 들어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의견 수렴 방식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리 집행만이 학생회의 전부는 아니며 의제만이 아닌 절차와 체계도 중요해"
박수상 : 물론 학생회가 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가 대의민주제 속에서의 대리 집행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을 잘 듣고 그것을 집행하는 것만이 학생회 역할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사회 구성원의 이야기가 오가도록 공론장을 계속해서 조성해 주고 거기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회는 집행을 통해 학생들의 신뢰를 확인시켜주기만 하는 집단이 아니다. 기층 단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그 속에서 시작된 논의를 의결 과정으로 연결하고, 그것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학생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공론장의 조건과 그 가능성은


이정수 : 그렇다면 학생사회 공론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한 예로 이번 비상총회와 행정관 점거를 통해 드러난 문화적 요소들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준규 : 문화적 요소를 이끌어내는 이들이 의미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적 요소의 자생력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공론장을 이끌어 가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문화적 요소는 주체성을 지닌 개별적 공론장으로는 보기 어렵다.

강산 : 그렇지 않다. 문화 활동은 권위의식을 깨뜨리는 과정으로 상당히 자생적이라 생각한다. 행정관을 점거했을 때 프로젝터 빔으로 행정관 외벽에 트위터 실시간 중계가 이뤄졌다. 여기서 이뤄지던 각종 풍자나 외설적인 농담이 과연 총학을 도와 학생회 활성화에 앞장서려던 움직임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문화적 요소는 기존 정치 체제가 담아내지 못한 의견이 유일하게 표출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소규모 문화공동체나 스누라이프, SNS 등은 기존의 공론장에 비해 제대로 된 의견 찾아보기 어려워"
전진원 : 그러한 문화 공간은 만인에게 열려있기는 하나 기존의 공론장에 비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트위터나 학내 포털인 스누라이프 등의 논의 방식은 기존 학생회 체제에서 논의되는 방식과 질적으로나 실질적인 참여도 면에서 상당히 부족하다. 스누라이프만 보더라도 샤랑방이나 자유게시판의 재미난 글들에 비해 조금 더 심각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글들은 조회수가 적다.

김재원 : 제 생각은 다르다. 특정 집단에 의해 소위 ‘수준이 높다’고 판단되는 문제를 논의한다고 그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론장에서는 어떤 논의를 꺼내더라도 각자 동등한 발언권이 있고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이러한 점은 활동가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학생들이 트위터나 스누라이프에 참여하거나 접속하는 정도는 현 학생회 제반 제도의 그것보다 훨씬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풍부한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강산 : 그뿐 아니라 작은 공론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의 능력은 과소평가되고 소외됐다. 비상총회나 행정관 점거, 그리고 본부스탁이 보여준 일련의 흐름은 활동가들의 투쟁으로만 이뤄진 일이 아니다. 활동가들이 기존 체제 밖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가령 유지·보수조차 지원이 없어 자치적으로 운영해왔던 DVD 영화감상실을 학교 측에서 갑자기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 누가 보호해줬는가. 스누라이프에 자주 올라오는, 대학원생들에 대한 일부 교수의 폭압적 행태를 다룬 글에서 왜 기존 공론장은 대학원생들을 보호하
"자생력 지닌 작은 공동체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기 위한 의제를 끌어내지 못하는가.

준규 : 물론 활동가들의 노력이 일정 부분 부족한 점도 있다. 하지만 매번 학생들의 불만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장무 전 총장이 직원과 교수들에게 나눠준 60억원 상당의 성과급 지급 논란의 경우 학생들이 제기한 불만을 활동가들이 빠르게 포착해 쟁점화 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이곳저곳에서 선전전도 벌였다. 그러나 결국은 문제를 제기했던 학생사회가 스스로의 참여 부족으로 기성회비 반환을 무위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전진원 : 그런 부분은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참여 부족은 결국 또 의제 선택의 문제로 연결된다. 참여 부족이라는 것은 의제가 공론화 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일 뿐이다. 활동가들이 스누라이프나 각종 SNS 등에서 논의되는 의제들 중 일부만을 취사선택해 쟁점화시키려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두헌 : 전진원씨의 주장이 현 서울대 학생사회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당장 기층 자치단위에 활동가들이 없기 때문에 활동가들의 의제 선택은 큰 영향력을 지니지 못한다. 학생사회가 가진 의제 중 몇 가지는 학생회에서 제대로 논의하고 공론화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것을 이뤄내지 못하는 현 제도에 대한 체계적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활동가들의 취사선택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단정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이정수 : 그렇다면 이러한 공론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재원 :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구성원이 어떤 얘기를 꺼냈을 때 그것이 성사가 되든 되지 않든 논의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매 의제에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의의 실효성 여부는 이차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학생사회 공론장이 법인화법을 폐기해야만 성공적인 공론장인 것은 아니다. 소통 과정을 통한 신뢰회복이 우선과제다. 구성원이 ‘내가 얘기를 해도 논의되는 것은 없다’고 느끼는 순간 공론장은 최후를 맞을 것이다.

채상원 :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것은 동의하나 의제 처리 과정의 공개를 신뢰 회복의 과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학생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것은 공동체의 문제일 뿐 아니라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학생사회 공론장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느낄 것이다.

학생회의 주인은 학생이다. 의견을 던지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다. 공동체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인식시키고 학생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해야 신뢰회복이 이뤄질 것이다.

김재원 : 물론 그런 입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은 총론적인 시각에서 내린 결론이고 앞서 언급한 의제 처리 과정 공개는 서울대 학생사회가 2011년에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공동체에서 개인이 어떻게 권리를 찾아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추상적인 주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준규 : 같은 입장이다. 학생들이 공론장에 참여하게 하려면 공론장과 그 조력자인 학생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우선은 김재원씨의 말씀처럼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소통을 최대한 확대해 의견 수렴 이후의 성실한 집행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산 :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학생들은 학생회가 학생사회를 위해 헌신하길 바라지 학생회가 속한 조직의 이데올로기를 위해 직위를 남용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학생회가 학생들의 신뢰를 얻어야 기존의 공론장도 활성화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