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대사관이나 비영리 단체에서 세운 주한 외국 문화원은 서울에 위치한 것만 헤아려도 10개를 훌쩍 넘는다. 주한 외국 문화원만 꼼꼼히 둘러봐도 외국의 정치, 경제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알 수 있음은 물론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각국의 문화를 직접 접해볼 수 있다. 외국어 교육부터 여행·유학 상담까지 크고 작은 여러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주한 외국 문화원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문화원들 중에서도 자국의 특색 있는 문화·사회적 분위기를 살려 차별화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프랑스 영화를 보러가다

주한프랑스문화원은 1970년대 후반 문화원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영화관 ‘살 드 르누아르(Salle de Renoir)’에서 영화 상영을 시작했다. 한국어 번역 자막조차 없었지만 당시 문화원은 정부의 검열에서 벗어나 외국 영화를 만끽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송기형 교수(건국대 예술학부)는 “매일 여러 편의 프랑스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던 문화원은 늘 젊은이들로 붐볐다”며 “이곳은 억압적인 시대의 해방구와도 같았다”고 회상했다. 프랑스 영화에 대한 이러한 열기는 감상 후 이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는 모임인 ‘씨네클럽’이 자체적으로 결성되는 데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어두운 시절 영화광들에게 한줄기 빛이었던 주한프랑스문화원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영화 상영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주한프랑스문화원의 ‘씨네프랑스’는 최근 급성장한 영미권 영화로 예전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프랑스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잔잔한 영상미와 철학적인 작품 접근 방식이 특징인 프랑스 영화는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씨네프랑스는 한두달 간격으로 하나의 테마를 선정해 매주 영화를 한 편씩 상영하니 관객은 시기에 따라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다. 혹시나 프랑스 영화는 어렵다는 생각에 미리 포기하지는 말길.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씨네클럽이 한 달에 두 차례씩 영화 상영 후에 열려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샹송 음악이 들어간 영화’를 테마로 정한 이달 20일(화)에는 프랑스의 유명 여가수 에디뜨 삐아프의 삶을 그린 「라 비 앙 로즈」(2007)를, 27일에는 사랑에 속고 사랑에 웃는 이들의 모습을 음악에 녹여낸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1997)를 상영할 예정이다. 「라 비 앙 로즈」 상영 후에는 씨네클럽이 함께 진행되니 알아두시길. <문의: 주한프랑스문화원(317-8512)>


책에 녹아든 양국의 감성과 이성을 교류하다

「파우스트」를 비롯한 세기의 명작들을 남긴 독일의 거장 괴테. 주한독일문화원의 다른 이름은 ‘괴테 인스티투트’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든 이 문화원의 관심사가 문학, 도서 분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 주한 외국 문화원은 방문객이 자국의 도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한다. 괴테 인스티투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도서관 단체와 협력 사업을 펼치며 양국 간 도서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도서관협회와 함께 다문화 가정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워크샵을 열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괴테 인스티투트는 도서관 사서를 위한 정보 교류까지 분야를 넓혀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독일 쾰른응용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초청해 현재 독일에서 실시 중인 사서 양성 교육의 교수법부터 학습법까지 세세하게 다루는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괴테 인스티투트에서 열리는 낭독회도 눈여겨 볼만하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독일 사회에서 낭독회는 오래된 문화 행사 중 하나다. 독일 출신 유명 인사를 초청할 때 낭독회를 열기 때문에 괴테 인스티투트의 낭독회는 비정기적인 행사임에도 매 낭독회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괴테 인스티투트의 박연 나탈리 프로젝트어시스턴트는 “낭독회는 작가의 낭독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작가에게 그 구절의 의미를 묻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보는 유익한 시간”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낭독회가 독일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문이 망설여진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통역인이 참여할 뿐 아니라 낭독 구절을 번역한 인쇄물도 나눠주기 때문. 다음 행사는 오스트리아 출신 안나 킴 작가의 낭독회로 오는 11월에 열린다. <문의: 괴테 인스티투트(2021-2821)>


손에 손 잡고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한 나라다. 이 법에 따라 영국은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고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영국 정부의 공식 기관인 영국문화원도 이러한 국가적 관심사를 반영해 기후 문제에 대한 세계 국가들의 참여를 모으고 있다.

영국문화원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11개 나라의 자국 문화원들을 기반으로 지난 2008년부터 ‘클라이밋 쿨(Climate Cool)’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한영국문화원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글로벌 기후 변화 홍보대사(YCCA)’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기후 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YCCA는 매년 홍보대사들을 선발해 기후변화원정대와 함께 외국을 탐방하거나 ‘에코 캠프’를 주최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YCCA 1기 활동을 마친 남태현씨(연세대 문화인류학과·09)는 “고등학생들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슈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다”며 “활동 기간에 우리 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회의인 모의당사국총회를 열어 기후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3기가 지난 6월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임하고 있다. 3기는 재고 의류를 리폼해 기후 변화 환경 패션쇼를 열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매년 3~4월 경 YCCA 모집을 공고하니 지구를 위한 착한 행보에 발걸음을 나란히 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한영국문화원의 문을 두드려보자. <문의: 주한영국문화원(370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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