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학과
강사로서의 일상을 보내다 보면 ‘달인’이 돼가는 과정을 뭔가 그럴 듯하게 설명해 줘야만 할 것 같다. 요즘 나를 둘러싼 화두는 ‘어떻게 하면 달인이 될 수 있을까’이다. 물론 달인은 ‘전문가’라는 단어와 유사어지만 함유하고 있는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달인이란 전문가에 비해 훨씬 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를 체득하고 있는 사람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삼십대에 접어들어 시간강사 일을 시작하고 강단에서 만나는 이십 대의 후배들에게 과연 나의 이야깃거리를 말하고 그동안 배워 온 것, 경험한 것들을 알려주려면 최소한 뭔가 달인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대학생 시절 강의실에 앉아 있을 때만 해도 강단 앞에 서 계신 모든 선생님은 세상에 달인이 돼 있는 사람인 줄로 알고 있었다. 줄줄 흘러나오는 지식들이 늘 닳지 않아 솟아오르는 샘처럼 말이다. 하지만 막상 내가 강사가 돼 보니 한 분야에서, 최소한 한 가지 기술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하다. 내 자신이 달인이 되려고 노력하고 끈기 있게 집념을 가지고 몰두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체득하는 것이 없고, 또 학생들 앞에서 자신감도 사라진다. 학생들과 몇 년을 지내고 보니, 적어도 나의 후배들에게 해 줘야 하는 것은 ‘달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지도해 주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실천행동을 몸소 체득하도록 격려하고 충고해 줘야 하는 일이다.

달인은 첫째로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란 의미, 둘째로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습관적으로 늘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체득하게 되는 어떤 사물의 이치 같은 것들에 내 얘기의 초점을 맞추고 싶다. 생활에서 묻어 나오는 습관적인 단련, 강단에서 우러나오는 중년의 대학교수의 연륜,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기술 없이도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강연,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 온 어머님의 손에서 만들어진 손맛, 자연의 섭리를 깨달으며 평생 농사를 짓는 농부의 손길, 교과서나 지시 사항 없이도 경험에서 뿜어 나오는 인간적인 기술에 통달한 사람 등등… 자신만의 것을 갖기 위해 애쓰는 과정, 그 과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다.

사실 무언가에 달인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갖기만 해도 그 과정은 희망차고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내가 갓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작한 일은 조그만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이었다. 그곳에서 나의 일은 새벽 대여섯시쯤 일어나 배우들의 옷을 빨래하고 입혀 주고 정리해 주는 일이었다. 이십대 후반에 했던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한 벌의 옷에 달린 단추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하는 과정을 하루 종일 반복했던 하루였다. 그 시절 이십대에는 사소한 반복과 몰입, 끈기의 지루한 일상들, 이것이 달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인 줄 모르고 지나갔다. 삼십대가 돼서야 깨달았다.

지금 이십대인 후배들에게 달인이 되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달인이 되기 위해 몸소 체득하고 좌절해 보고 넘어서고 깨닫는 과정을 겪어 보라 권하고 싶다. 그것을 맘껏 하지 못한 것이 늘 후회가 된다. 달인이 되기 위한 과정은 반복해서 매뉴얼을 읽거나 교과서를 암기하는 과정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통해 얻어진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해 몸에 익힌 기술을 갖고 있을 때 그 사람이 특별한 풍미를 지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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