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대학 개혁 상 제시 없이
대학 수 줄이기에 급급한 교과부
교육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학 경쟁력 강화의 진짜 의미 고민하길

 

‘교과부는 (교)육을 (과)하게 (부)와 연결시키는 기관.’ 요즘 서울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추계예대 학생들이 만든 포스터에 적혀져 있는 말이다. 추계예대 학생들의 재치에 웃음이 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추계예대 구성원들은 화가 나있다. 교수들은 심지어 전원 사퇴까지 결의했다.

예술인을 양성하던 추계예대의 이러한 상황은 교과부가 ‘부실대학 퇴출’을 위해 사립대를 평가하면서 순수예술대인 추계예대를 취업률로 평가하고 하위 15% 대학의 하나로 순위 매긴 것에서 비롯됐다. 지난 5일(월) 교과부가 발표한 하위 15% 사립대 평가순위에 따르면 총 43개 사립대가 내년부터 정부의 재정지원을 제한받게 됐다. 교과부는 특히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추계예대 등 하위 17개 대학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실사를 거쳐 이중에서 퇴출대학을 걸러내겠다고 했다.

대학 구조조정은 이전 정부들도 조금씩 진행했지만 올해는 특히 반값등록금 정책 실현 요구와 맞물리면서 더욱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교과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이 너무 많은 우리나라의 대학 ‘생태계’에서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부실 사립대를 퇴출시키고 국공립대를 통폐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 수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의 이러한 구조조정이 정말 대학 전반의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조조정은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고 더 발전적인 미래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대학의 발전적인 미래상과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길이란 대학 본연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것이어야 하고, 그리고 이는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교과부가 제시하는 대학 구조조정의 최종 목표와 대학 발전의 상도 이렇다면,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 구조조정은 몇몇 대학을 통폐합하고 퇴출하는 양적 구조조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학 수를 줄인다고 해서 대학 본연의 기능이 더 향상되고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나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부실대학’들을 줄여도 본래 입학 정원이 많은 대학의 입학 정원은 줄어들지 않는데 과도한 정원 팽창으로 인한 부실해진 대학 교육이 강화될까. 무조건적인 퇴출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는데 교과부는 대학 수부터 줄이려 하고 있다.

또 교과부는 ‘부실대학 퇴출’ 이후의 구체적인 대책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대학 퇴출로 자신이 다니던 대학을 잃게 될 학생들은 다른 대학으로 편입학하면 된다고 한다. 기업이 구조조정 되면 기업의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듯 대학 구조조정으로 한 대학이 문을 닫은 후의 부담이 대학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 것이다. 교과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우려를 수렴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대학 수 줄이는 데 혈안인 상태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에서 재학생들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에 대한 책임의식과 의견 수렴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교과부는 교육 발전의 뚜렷한 상과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발전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고심해야 하고, 교육 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한다. 그러나 지금 교과부에게는 교육 발전에 대한 올바른 청사진과 대안, 현장과의 의사소통도 없다. “미래를 여는 교육과 과학기술정책,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교과부 홈페이지에 적혀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인사말이다. 이 말과 교과부의 현재 모습이 모순된다고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추계예대 학생들의 풍자처럼 교과부는 이제 더 이상 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곳이 아니게 된 듯하다. 교육개혁도 중요하지만 교과부 개혁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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