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총연극회 연극 [핫 썸-머]

연극은 조명이 모두 꺼진 상태에서 배우들이 손전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깜빡깜빡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채색의 검은 반바지와 반팔티셔츠를 입은 그들의 표정에는 생기란 찾아볼 수 없고 하얗게 온 얼굴을 분칠한 모습에선 콘크리트의 건조함만이 느껴질 뿐이다. “지쳤어, 갑갑해, 제기랄! 악!” 무미건조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젊은이들의 몸부림과 비명. 이들은 한 외톨이 몽상가의 제안으로 도시의 삭막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하며 놀기로 한다.

지난 7일(수)부터 9일까지 두레문예관에서 총연극회의 제58회 정기공연 「핫 썸-머」가 무대에 올랐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각색한 이번 연극은 요정의 실수로 연인들의 애정관계가 엇갈리면서 겪게 되는 원작의 이야기를 충실히 살리면서도 여러 극적 요소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핫 썸-머」는 답답한 도시의 삶에 지친 아이들이 「한여름 밤의 꿈」을 놀이 삼아 준비하는 내용으로 극을 구성하되 우스꽝스러운 원작의 막간극은 과감히 삭제했다.

또 이번 연극에서는 극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강화하기 위해 연극에 무용을 도입했다. 특히 한밤중 나무사이를 날아다니는 요정의 날갯짓을 형상화하기 위해 배우들이 껌껌한 무대 위에서 야광 팔찌를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은 매우 신선했다. 보텀의 꿈에서 깨어난 외톨이 몽상가의 허전함을 몽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요정들과 왈츠 군무를 추는 상상장면을 담은 극의 마지막 부분 역시 극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음악적인 요소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극은 라이샌더와 허미아가 감시를 피해 아테네를 벗어나 숲으로 도주하는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007」의 오프닝 음악을 사용했다. 하지만 「007」 오프닝 음악 특유의 빠른 비트와 강렬한 사운드에 사랑을 위해 다른 곳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두 연인의 가슴 아픈 상황은 묻혀버리는 듯했다. 또 인간 아이를 사이에 둔 요정왕 오베론과 요정여왕 티타니아의 추격 장면에는 슈퍼마리오 배경음악이 나오기도 했다. 극의 맥락과는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지만 지나칠 정도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극의 전체적인 몰입을 깨기도 했다.

총연극회가 한 시간 남짓 극에 담아낸 여름의 소리에는 일부 과장된 표정연기와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악으로 「한여름 밤의 꿈」만 같던 연인들의 사랑은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재미로 「핫 썸-머」 이름 그대로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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