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울드럼페스티벌 2011

‘뚜벅뚜벅’ 걷는 소리, ‘바스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 등 우리는 부딪히고 두드려져 나는 갖가지 소리에 노출돼 있다. 이 소리들은 지극히 일상적이라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어쩌면 피아노, 바이올린 선율보다도 우리에겐 더 친숙한 소리다. 지난 3일(토)부터 24일까지 열린 「서울드럼페스티벌」은 이러한 일상 속 두드림을 한데 모은 타악공연의 장이었다. 이번 행사는 프린지 드럼 콘서트, 타악아트마켓 기획공연과 같은 타악 공연을 비롯 아마추어 타악 예술인들의 경연대회나 세계 각국의 타악기를 볼 수 있는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오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았다.

호주타악팀 ‘시너지’는 타악아트마켓 기획공연 무대에 올랐다. 지난 21일(수)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석무료로 열린 이 공연에는 남녀노소, 국경을 불문한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다. 시너지는 연주가 끝날 때마다 봉고, 마림바 등 생소한 타악기가 즐비한 무대 위를 바삐 오가며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곡을 소개하기도 했다.

10곡 남짓의 연주 중 특히 「굿 메디슨」은 마림바의 깊고 맑은 울림이 돋보이는 곡이다. 마림바는 부드럽게 통통튀는 특유의 음색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최소한을 반복하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주제에 음의 강약과 고저를 마음껏 오가는 연주자들의 기량이 더해지자 단순한 주제선율도 다채롭게 느껴졌다. 밝고 청아한 음색은 관객에게 「굿 메디슨」이 돼준다.

귀에 익은 장단이 배어있는 「5565」는 시너지의 한 멤버가 한국친구에게서 배운 리듬을 토대로 만든 곡이다. 묵직한 울림을 가진 북소리가 이어지고 간헐적으로 징이 긴 쇳소리를 내며 사물놀이에서 등장할 법한 장단을 펼쳐간다. 줄곧 서양타악기로만 구성되던 무대에 등장한 징은 관객들의 반가움을 자아내며 공연에의 몰입도를 높였다. 곡은 우리 악기에서 나오는 한국적 음색을 선보이다가도 점차 서양 타악기가 만들어가는 리듬의 비중을 높여가며 각기 다른 음색을 균형감 있게 연주했다.

국내외 프로타악팀이 무대에 선 본 행사의 공연은 지난 23일(금) 서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한국어, 영어 2개 국어로 진행된 공연에 외국인들은 큰 관심을 보였고, 무대를 멀찍이 지켜보던 시민들도 하나둘 모여 잔디밭을 가득 메웠다. “하늘을 연다, 땅을 연다, 사람의 마음을 연다”라는 모두의 외침 속에 무대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북이 울리며 공연의 막이 올랐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국내 유일 여성타악 그룹인 ‘드럼캣’의 힘있는 공연은 무대 위의 열기를 한층 돋웠다. 양손에 쥔 악기 스틱을 머리 위에서 두드리며 등장한 이들은 강렬한 비트의 배경음에 뒤지지 않는 빠르고 강한 두드림을 선보였다. 힘껏 악기를 내리치는 이들의 절도 있는 동작에 관객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행사는 무료 공연, 야외 공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스스럼없이 타악 향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연스레 시선을 끄는 타악기의 소리에 관객들은 몸을 들썩이기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하며 공연을 즐겼다. 선선한 가을바람만큼이나 시원시원한 타악기 음색을 선물해온 서울드럼페스티벌의 행보가 계속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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