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오상택-Modern Life

사진작가 오상택씨의 「오상택-Modern Life」가 오는 2일(일)까지 서울대 미술관 MoA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 속 평범한 소재와 장면들을 독특하게 연출하며 현대인에게 관심을 기울여온 그의 근작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rope(동아줄)」(2009·사진)는 사방이 통유리로 된 사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선 한 중년 남성을 담은 사진이다. 유리창 사이로 들어온 빛이 내부를 환히 비추지만 실내를 감싼 분위기는 삭막하기만 하다. 사무실에 홀로 자리한 남자의 존재감이 넓은 건물의 위압감에 눌려 미약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숨통을 조이는 사무실의 답답한 분위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남자는 창틀을 양손으로 굳게 쥐고 가만히 창밖을 응시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허공에 길게 매달린 밧줄이 보인다. 그에게 밧줄은 꽉 막힌 사무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줄 「동아줄」과 같은 존재는 아닐까. 자유를 꿈꾸며 창가에 우두커니 붙어선 그의 모습은 팍팍한 일상에 갇혀 뻔히 보이는 소소한 휴식도 좀처럼 즐기지 못하는 현대인의 애환을 닮았다.

커다란 옷장에 명품 옷 한 벌만이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걸려있다. 「Closet_36」(2011)은 언뜻 보기에 여느 옷장의 모습과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옷장과 거추장스러운 옷의 모습은 보면 볼수록 낯설게 느껴진다. 옷을 입어 자신을 꾸미기는커녕 옷장에 걸어두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사진 밖 누군가의 모습은 자린고비의 거울상을 보는 것 같다. 작가는 이러한 연출을 통해 물질적 가치에 매달리는 현대인의 욕망을 에둘러 꼬집는다. 「Closet_36」은 물질적 가치를 언젠가부터 다만 바라보고 감탄하는 용도로 바라보는 현대인을 담는 그의 독특한 방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현대인들의 내면을 필름 위로 옮긴 오작가는 신랄한 비판도, 안타까움도 쉽사리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본다. 그의 필름에 아로새겨진 피사체는 현대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나’의 모습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잊고 있었던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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