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보학과
몇 해 전, 유수의 PR대행사인 A사에서는 B은행의 중장기 PR방안 수주를 위한 제안서를 작성했다.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 있어서는 둘째라면 서운할 정도의 역량을 가진 팀이 전담한데다 이 대행사는 또 다른 대형은행인 C은행의 PR컨설팅을 훌륭히 수행한 실적도 있어 수주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A사는 수주에 실패했다.

제안서의 제목을 “B은행 중장기 PR방안”이라고 해야 했는데, 실무자의 착오로 “C은행 중장기 PR방안”이라고 한 것이다. 제안서의 본문은 B은행에 관한 것이었고 그 내용도 탄탄했지만, C은행의 PR컨설팅을 한 예전 경험이 너무 강력했던지 제안서의 제목을 잘못 뽑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런 실수도 용납해 주지 못할 정도로 옹졸한 고객사라면 함께 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는 PR이나 광고업계에는 진출하지 않길 권한다. 예산 책정 때 ‘0’을 하나 누락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그 대행사는 한푼의 이익도 남기지 못할 수도 있으며, 만약 그 대행사가 소규모라면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디테일이 한 기업의 번영과 쇠락을 결정짓는 셈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디테일의 가치를 모른다. 전략의 제시, 이른바 ‘큰 그림’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자신에게 지금 당장 주어진 일조차 정확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지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은 모른다. 누군가의 전략과 비전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디테일을 평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누군가를 평가할 때는 디테일부터 본다는 사실은 모른다.
전략은 한마디로 ‘문제 해결의 가이드라인’이다.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하려면, 개인이나 조직이 처해 있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즉,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의 여러 디테일한 측면들을 꼼꼼하게 파악해야만 문제 해결의 전략, 즉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따라서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 전략에도 강하다.

맞춤법, 띄어쓰기, 인용표기, 단어선택 등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학생들의 글을 읽곤 한다. 아무리 훌륭한 주장을 제시하는 글이더라도 이런 디테일의 실수는 그 주장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그 ‘주장’이 진지한 노력과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즉흥적이며 찰나적인 것에서 나온 것쯤으로 오해받기 때문이다.

디테일의 관리는 사회에 진출해서부터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학기 중에 제출하는 모든 글, 심지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개인적인 글에서도 조그만 실수를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이미 쓰인 글을 몇 번이라도 다시 읽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된다. 이런 습관을 지금부터 쌓게 된다면, 어느새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과 지위를 갖게 될 것이다.

강의실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초등생 수준의 맞춤법 및 띄어쓰기 실수를 반복할 경우,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 글에 대한 채점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디테일에 약한 탓에 채점 자체를 거부당하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학교에서 또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디테일에 신경 쓰자. ‘디테일 대마왕’의 캠퍼스 출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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