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키움] 역사의 자장(磁場): 동아시아의 문화적 유전자(자유전공학부)

지난달 30일(금) 종합교육연구단지에서 자유전공학부가 주최한 콜로키움이 열렸다. 한 학기에 총 여섯 차례 진행되는 자유전공학부의 콜로키움은 각 회기마다 하나의 주제를 맡은 연구원의 발제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전공의 연구자들이 모여 서로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학기 콜로키움에서는 한 학제에서 다른 학제로의 자유로운 전환과 이를 통해 각 학문 연구의 시야를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다음 주제와 발표자를 즉흥적으로 선정하는 실험적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서경호 교수(자유전공학부·중국문학)가 발제한 ‘역사의 자장(磁場): 동아시아의 문화적 유전자’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몇 세기동안 공유했던 공통적인 문화적 특질들이 현재 동아시아인들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서경호 교수는 그 중에서도 종합 교육인 양성을 목적으로 했던 문인 문화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들에 마치 유전자처럼 내재돼 있다고 언급했다. 의과나 무과와 같은 등용문을 거친 전문직업인보다 진사·명경과에서 급제한 ‘종합 교육인’들에 대한 수요가 컸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실무자를 양성하기 위해 진사과를 폐지하자는 왕안석의 주장에 반해 소동파는 ‘시를 모르는 관료는 백성을 동물처럼 본다’며 글짓기 중심이었던 당시 과거 제도를 지지했다”며 “지식인에게 실무적 능력보다 사회적 책무를 가질 것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던 동아시아인들의 규범적 마인드는 오늘날에도 ‘정치란 일을 잘하는 것 이상이다’는 생각으로 현대인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 교수는 동아시아인들의 역사 중심주의적 세계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동아시아는 서구에 비해 현재보다 과거에 더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중국과 동아시아 문화의 집대성을 이룬 대표적인 학자 주희는 현재에서 과거를 재현하기 위한 규범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았고 동시대에 생겨났던 여러 사상을 ‘가지치기’하면서 전통을 지켜내는 역할을 했다”며 “역사는 동아시아인들이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순간마다 늘어난 고무줄이 탄성에 의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들의 사고에 근원으로서 자리한 자장(磁場)이었다”고 말했다.

서경호 교수의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DNA’에 대한 질의와 보충 설명이 이어졌다. 발제된 내용이 비단 ‘동아시아’의 문화적 특질로만 국한되느냐는 질문에 서 교수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가는 길목에서 유럽과 동아시아가 선택한 길은 ‘유전자’에 의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달랐다”며 “정화의 원정 이후 오히려 중국은 해상 교역을 중단하고 역사와 전통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에 주경철 교수(자유전공학부·근대서양사)는 “물질적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대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생각하기 쉬운 서구의 역사에서도 18세기에 갑자기 등장한 진보에 대한 믿음은 마치 ‘돌연변이’와 같은 격변이었다”며 “이와 같은 서구 역사의 흐름에서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유전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전체 콜로키움을 담당하고 있는 장대익 교수(자유전공학부·진화학)는 “연구자들이 각자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들을 교류하고 그 과정에서 연구 주제들 간의 접점을 발견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학제 사이의 소통을 꾀하고자 한다”라고 실험적 방식의 콜로키움이 갖는 의의를 밝혔다. 이번 콜로키움의 ‘유전자’, ‘돌연변이’ 등에 대한 논의의 연장에서 다음 콜로키움에서는 ‘40억년 동안 지속된 생명의 진화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장대익 교수가 발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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