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과학부
지난 8월 말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준공됐다. 상업적 조력발전소로서는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고  전체 설비용량 254MW는 랑스발전소의 것보다 커서 세계 최대 규모라 한다. 자연적인 조석간만의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조력발전의 시대가 새로이 열린 것이다. 정부는 이를 친환경 녹색성장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으며 서해안의 인천만과 아산만 일대에 앞으로 4개의 조력발전소를 더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 조력발전은 과연 친환경인가?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이 문제를 검토하는 데 적절한 예가 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듯이 시화호는 1980년대 농지확보의 명분으로 시행한 무책임한 갯벌 매립 사업으로 태어난 기형아적 환경이기 때문이다. 담수호로 조성한 시화호의 물이 썩어들어 애초 목표한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수문을 열고 해수를 유통시켜야 했던 시화댐에 설치한 조력발전소는 궁여지책일망정 결코 친환경 성공사례는 될 수 없다.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생태계의 부담을 우리에게 지웠던 댐 건설의 역사가 배후에 있음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력발전이란 조석간만의 차이가 큰 해안지역에 물막이 댐을 건설하고, 그곳에 수차발전기를 설치해 밀물이나 썰물의 흐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력발전에는 댐 건설이 필수 요소다. 댐을 건설하지 않고 자연적인 조류의 흐름을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은 ‘조류발전’이라 불러 따로 구분하며, 현재 남해안 울돌목에서 시험 가동 중이다. 조력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물막이 댐의 건설에서 비롯한다. 댐은 해저 지형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물과 퇴적물의 흐름에 변화를 초래하며, 서해안의 중요한 자연유산인 갯벌을 파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친환경’ 정부는 댐을 새로 막아야 하는 조력발전소 건설에 시화호처럼 기존의 댐을 활용하는 것보다 두 배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환경에 미치는 피해보다는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반환경적’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현대 문명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있어 에너지는 공기나 물과 같이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요소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온 화석연료 자원의 유한함과 화석연료 사용이 초래할 지구의 기후변화 등을 고려할 때 이를 대체할 에너지원의 개발은 매우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연환경에 엄청남 부담을 초래하는 조력발전을 친환경으로 포장하고, 심지어 그릇된 정책으로 댐 건설을 부추기는 일은 결코 용인될 수 없을 것이다.

조력발전은 자연의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발전 방식이긴 하나 그 건설과 유지· 관리에 치러야 할 환경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세계 최초의 조력발전소가 프랑스의 랑스강 하구에 건설된 1966년 이후 40여년이 지나도록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제외하곤) 아직 어느 나라도 상업적 조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러시아는 1968년부터, 캐나다는 1984년부터, 그리고 중국은 1980년부터 소규모 조력발전소를 시험적으로 운용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리스 신화의 퀴클로프스처럼 외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정책 당국의 잘못된 결정이 세계에 천여 마리만 남아있다는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번식지로서 천연기념물(제419호)로 보호되고 있는 강화갯벌을 훼손시킬까 두려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