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강의실에서 만나는 한국의 얼

한옥학교, 염색학교가 신설되는 등 전통을 보존,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최근, 이제는 우리가 계승할 전통의 정신이 무엇인지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대학신문』은 전통에 대한 고민을 계속한 선생님의 학내 개설 수업에 참여해 이들이 수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우리 얼의 모습을 담아보고자 한다. 기자가 수업에서 직접 체험한 전통의 모습과 더불어 사제 간에 전해지는 이들 내면의 소리도 함께 전한다.

연재순서
① 이애주 교수(체육교육과)-무용사
② 김민자 교수(의류학과)-복식 디자인 특론
③ 이지영 교수(국악과)-가야금 전공수업
④ 김영기 국악과 강사-정가 전공수업

매주 수요일 222동의 의상실, ‘복식 디자인 특론’ 수업에서는 활기찬 풍경이 펼쳐진다. 옷이 입혀진 마네킹과 만들다 만 의상들이 곳곳에 놓여있는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의상실의 분위기를 닮아 자유분방하다. 한(韓)패션연구센터 총괄연구책임자인 동시에 ‘얼이 있는 장소’를 뜻하는 브랜드 ‘얼굴’을 만들기도 한 김민자 교수(의류학과·사진)는 ‘복식 디자인 특론’ 수업을 통해 20여년간 쌓아올린 전통 복식미에 관한 견해를 전달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디자인을 구상하고 다른 학생들이 만든 의상을 보면서 한국적 디자인에 관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전통미를 근간으로 재창조된 한국적 디자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수업 중 과거 선조들의 퀼트 기법을 활용한 패딩점퍼와 같은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여전히 전통의 가치가 인정받고 현대적으로 변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일례로 2009년 패션계에서 유행한 ‘sumi 기법’을 든다. 이 기법은 ‘수묵화의 기법’이라는 뜻으로 2006년 이상봉 디자이너의 ‘한글, 달빛 위를 걷다’ 패션 전시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그는 수묵화를 곱단하게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상봉의 옷에서 패턴으로 사용된 한글 디자인의 조형성뿐 아니라 우리만의 여백의 미를 조명할 수 있다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전통 복식미란 무엇일까. 그는 “옷에 담긴 해학미와 순수미에서 전통이 주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며 지난 학기 학생들이 디자인한 바지를 꺼내 보인다. 이 바지는 우리의 전통 승마 복식을 재해석해 안과 겉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고 치수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김 교수는 “옷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이 답답한 일상으로부터의 일탈로 느껴지지 않느냐”며 “자연성과 자유분방함의 미적 가치가 복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해학미”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바지뿐만 아니라 색동 무늬가 섞인 지갑이나 단청 무늬가 들어간 테이블 러너에서도 이러한 우리의 미를 담은 한(韓)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오방색 디자인이 서양의 명품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에서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곱게 짜인 오방색 스카프를 두르던 김민자 교수에게서 한국적 패션의 자기다움을 찾아가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 작업 중 하나로 그는 현재 65년 만에 한국적 전통을 살린 방식으로 변화할 학위예복을 디자인 중이다. 학위예복의 소매 모양은 저고리의 옆선을 살렸으며 어깨선은 치마의 허리말기 주름을 응용한 형태다. 얼은 과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도 무의식적으로 서양을 모방하는 것을 떠나 색동과 단청의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다시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