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강의실에서 만나는 한국의 얼

한옥학교, 염색학교가 신설되는 등 전통을 보존,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최근, 이제는 우리가 계승할 전통의 정신이 무엇인지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대학신문』은 전통에 대한 고민을 계속한 선생님의 학내 개설 수업에 참여해 이들이 수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우리 얼의 모습을 담아보고자 한다. 기자가 수업에서 직접 체험한 전통의 모습과 더불어 사제 간에 전해지는 이들 내면의 소리도 함께 전한다.

연재순서
① 이애주 교수(체육교육과)-무용사
② 김민자 교수(의류학과)-복식 디자인 특론
③ 김영기 국악과 강사-정가 전공수업
④ 이지영 교수(국악과)-가야금 전공수업

매주 월요일 아쟁실, ‘정가’ 수업에선 구성진 소리가 들려온다. 듬성듬성 놓인 아쟁과 한복 등이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강의실에선 각 학년별 교육과정에 따라 일대일 레슨이 진행된다. 정악 중 가곡, 시조 등의 성악곡을 일컫는 정가를 전하는 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 보유자 김영기 강사(국악과)다. 그는 오선지, 정간보에 새겨진 노랫말을 읊으며 정가의 가치를 풀어낸다.

기자가 강의실을 찾았을 때는 일대일 가곡 수업이 한창이었다. 김 강사는 수업시간 틈틈이 가곡의 특성과 오늘날 우리 가곡의 위치에 대한 견해를 전달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우리 가곡보다 서양가곡을 더 친숙하게 여겨 안타깝다”는 김 강사의 말처럼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춰 시조시를 부르는 전통 성악곡인 우리 가곡은 일반에 생소하다. 고려 때부터 이어진 가곡이 세월을 거듭하며 대중에게 잊혀져 온 현실을 야쉬워하던 그는 “판소리는 반주가 노래 가락을 따르며 진행된다면 가곡은 6개 악기의 반주가 노래 가락을 따르기도 하고 거스르기도 하며 어우러지는 실내악 형식을 취해 독특하다”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인정받은 가곡의 특징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옛날 선비들은 사랑채, 대청마루 등 실내에서 가곡을 불렀기 때문에 가곡은 큰 발성을 필요치 않는다”고 가곡의 전반적인 가창 특징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일대일 수업의 특징을 살려 그는 학생들의 노래 부분 부분에 대한 섬세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박목월의 시에 음을 붙인 현대 가곡 「산도화」를 배우는 시간, 그는 ‘산도화/…/송이 버는데’로 이어지는 가사를 읊으며 “꽃이 두어송이 피었다고 노래하는 부분이니 만개하는 꽃을 떠올리며 소리를 터뜨리듯 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곡을 찬찬히 곱씹으며 수업을 진행하는 그는 “가곡과 시조에 녹아든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예로부터 지녀온 가치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강사는 “우리 시조 중에는 충효의 교훈을 담은 작품들이 많다”며 “이것만 봐도 선조들이 중시했던 우리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또 “우리 정가는 비교적 긴 호흡으로 불린다”며 “이에서 학문과 풍류를 아우르며 늘 마음의 여유를 간직하고 생활한 이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해 정가의 호흡법에서 가치를 끌어오기도 했다. 나아가 그는 정가에서 느껴지는 한국의 얼이 전통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느긋함’이란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했다.

김영기 강사가 전수하는 정가는 단지 옛정서가 담긴 전통 곡이란 의미를 넘어 과거를 비추고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가락이다. 문화재로 박제된 옛것이 아닌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우리 음악 정가에 스스럼없이 다가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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