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사IN 고재열 기자

배우 김여진, 방송인 김제동, 가수 박혜경,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88만원 세대가 선호하는 ‘선배’의 아이콘이 된 이들은 모두 ‘70년대생-90년대 학번-30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386세대, 88만원 세대, 촛불 세대 등 다른 세대들에 비해 별다른 특징을 찾기 힘들었던 이 세대가 최근 반값등록금 집회에 ‘외부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블로그 ‘독설닷컴’의 운영자이며 트위터에서 1인 미디어로 활동 중인 「시사IN」 고재열 기자는 최근 이들에 관해 ‘298세대론’(386세대와 88만원 세대 사이의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386에서 88을 뺀 298을 사용)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학신문』은 스스로도 298세대에 속한 고재열 기자를 만나 88만원 세대를 바라보는 이 세대의 시각과 이들의 연대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98세대에 주목하게 된 계기와 이들이 보이고 있는 특징은?

처음 298세대라는 용어를 만든 것은 ‘낀 세대’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298세대는 스스로를 한국사회의 주역으로 인식하는 ‘잘난’ 386세대와 ‘불쌍한’ 세대로 주목받는 88만원 세대 사이 낀 세대로서 존재감이 크게 없었다. 이들이 반값등록금 집회에 일명 ‘날라리 선배부대’로 등장하면서 주목받자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298세대에는 유명인들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간사직 등을 맡고 있는 ‘소셜 코디네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사회 운동의 중심은 아니지만 자발적인 참여의 ‘판’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298세대와 88만원 세대가 살아온 시대적 환경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298세대는 한국 사회가 가장 풍요로웠던 1990년대 초반을 만끽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IMF 때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찍 터뜨린 ‘샴페인’을 거의 유일하게 맛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취업과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덜했으며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을 다니며 해외 문물을 많이 접했고 부모세대보다 자신들이 더 잘 살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비록 IMF를 겪긴 했지만 지금 다시 그 당시 꿈꿨던 것들을 누리려는 성향이 있어 보인다.

이에 반해 88만원 세대는 ‘우리의 삶이 부모세대만큼 안정적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세대다. 이들은 낙오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스펙과 관련 없는 취미 위주 동아리 활동들은 이전보다 위축됐다.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298세대와 달리 이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스펙 쌓기에 함몰될 수밖에 없다.

최근 88만원 세대의 정치 참여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현상에 298세대는 어떻게 참여했는가?

298세대가 사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386세대와 같은 논리적인 이해와 설득이 아닌 공감과 교감이다. 날라리 외부세력의 홍익대 청소노동자 지원과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 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298세대는 억압받는 이들과 감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더 초점을 둔다. 88만원 세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98세대는 20대가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것을 비난하기보다는 “내가 그 입장이 돼도 답은 그것밖에 없을 것”이라고 20대에게 공감한다. 이들은 386세대와 달리 학생운동이 쇠퇴할 때 대학을 다닌 세대로 비운동권 정서에도 익숙해 20대에 대한 이해심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298세대는 뚜렷한 해결 방안과 투쟁 방법을 제시해 완전히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너희의 문제는 너네가 해결하라”며 20대와 기본적인 간격을 유지한다. 298세대는 ‘우리’보다는 ‘나’를 위주로 생각하며 자신들의 재미에 더 관심을 갖는 ‘외부세력’으로서 도움을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298세대는 88만원 세대가 거리로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은 아니지만 일종의 촉매제가 됐다. 반값등록금 시위 초기에 대학생들의 연행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 298세대가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이는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다수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집회의 규모가 커지도록 만든 한 요인이었다. 

298세대로서 88만원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부모 세대인 386세대가 사회를 바꾼 것처럼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한편으로 이들은 소비세대로서 취향이 정체성을 결정했던 298세대의 자유분방한 문화적 역량도 갖고 있다. 두 세대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세대 내부의 문제를 넘어 30대의 ‘반값전셋값’ 요구와 같이 세대를 넘어선 연대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20대가 열악한 외부적 조건을 견뎌내 한국사회에서 맷집있는 세대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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