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선택의 과학』

리드 몬터규 지음ㅣ박중서 옮김ㅣ사이언북스ㅣ436쪽ㅣ2만원
‘오늘은 뭘 입을까?’, ‘내일은 몇 시에 일어날까?’와 같이 인간은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인다. 저자가 인용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150가지 이상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인간의 선택 과정을 뇌과학적 측면에서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선택의 과학』은 인간의 선택을 지배하는 뇌과학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다룬다. 의사 결정의 신경 과학 전문가인 저자 리드 몬터규 교수(버지니아 공대 물리학과)는 fMRI(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장치)를 통해 인간이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여러 실험들을 소개하며 인간의 선택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설명한다.

저자는 앨런 튜링이 주창한 ‘정신의 계산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을 바탕으로 이 모든 논의를 풀어나간다. 이 이론은 정신이 우리 뇌에서 돌아가는 계산 장치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은 정보 처리의 패턴이며 사고는 우리 뇌의 물리적 과정을 거쳐 저장·처리·변형되는 정보의 패턴이다. 이러한 계산 과정은 효율적이어야 했는데 이는 진화의 과정을 겪어오며 인간이 맞닥뜨려야만 했던 매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대부분 ‘죽기 아니면 살기’의 기로에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계산 과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각 선택에 수반되는 장기적 보상을 고려한 가치 판단이 필수적이다. 마침내 저자는 선택이 가치 판단의 문제이며 가치는 선택을 안내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는 ‘효율적 계산 시스템’이라는 표현으로 선택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보상’이 이러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스스로 내린 선택의 결과를 보상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보상의 신호로 받아들인 선택의 결과에 따라 신경계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안내 신호가 내적 구조를 적응·조절하는 등 실질적인 선택의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보상에 관해 학습하고 선택을 지시하는 일은 바로 ‘도파민 시스템’이 담당한다. 중뇌의 도파민 시스템은 중요한 목표와 안내 정보를 한 번에 뇌의 여러 영역으로 보내는 중계 시스템의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선택의 체계를 정재승 교수(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는 “기저핵 안쪽에 자리한 도파민 시스템이 보상을 기대하고 실제 보상과 예상된 보상 사이의 오류를 측정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모형을 통해 발견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러한 보상과 목표는 반드시 인간의 실질적 이익을 담보하는 쪽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해나 자살, 스스로의 본능을 억제하는 등의 상황이 그 예다. 1997년 캘리포니아 주 한 저택에서 헤븐스 게이트(천국의 문) 교단의 남녀 39명이 헤일 밥 혜성의 꼬리 너머에 자신들을 ‘다음 단계’로 데려갈 우주선이 있다는 공통된 믿음을 갖고 집단으로 자살했다. 다음 세대의 또 다른 새 생명을 위할 때만 스스로의 생명을 내놓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어떤 이념이나 생각이 최고의 목표와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효율적 계산 체계에 따라 살고자 하는 본능을 부정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덮었다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별 생각없이 지나쳤을 질문 즉, 책의 원제 ‘당신은 왜 이 책을 선택했나?(『Why Choose This Book?』)’라는 저자의 질문이 눈에 들어온다. 늘 선택은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통념을 깨고 뇌와 신경이 선택에 작용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롭다. 또 목숨을 바칠 만큼 옳다고 굳게 믿는 가치를 판단하고 그러한 선택도 ‘보상’으로 받아들이는 인간만의 특수한 가치 체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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