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목) 학내 시설관리노동조합(시설노조)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10월 9일자 『대학신문』 기사에 따르면 7월에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기존의 시설노조를 비판하면서 일반노조 서울대분회가 출범했고 이에 두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양 노조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서울대 시설노조는 2000년도에 설립돼 학내시설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의 권익 보호를 소홀히 하고 사실상 어용 노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번 진상조사는 시설노조에 관한 그동안의 숱한 의혹들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날 발표된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설노조의 어용 논란은 상당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집행부가 인사권을 남용해 수명의 조합원을 근거 없이 징계해고하고 업무배치에 불이익을 줬으며 조합원들에게 단체협약 내용을 알리지도 않는 등 비민주적으로 노조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 권리 증진이라는 노조 본연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만약 시설노조가 ‘민주’노조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낮은 사회적 지위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 받는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노조가 권력을 휘두르면서 또 다른 억압을 양산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학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 줄 민주노조다. 따라서 현 시설노조 집행부는 진상조사로 드러난 그간의 반노동자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 매우 개탄스럽게도 현재 시설노조는 상급단체가 권고한 집행부 사퇴 및 재선거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시설노조가 그들의 잘못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다시 한 번 그들이 결코 민주노조가 아니었음을 확증하는 태도다. 시설노조가 정말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면 지난날의 과오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현재 복수노조로 분열된 시설노조 체제를 극복하고자 애써야 한다. 이번 진상조사에 따른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행돼 복수 노조로 분열된 학내 시설노동자들이 갈등을 해결하고 다시 하나의 노조로 통합돼 민주노조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서울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300여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22개의 용역업체에 소속돼 통일된 노동조건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권리의 주체로 서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시설노조의 설립이 절실하다.

이하나
서양사학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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