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과
인터넷에서 ‘신화’라는 말을 검색하면 가요계의 6인조 남성 그룹 신화(Shinhwa)에 대한 소개가 먼저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신화(myth)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검색한터라 그룹 이름 신화(Shinhwa)의 의미가 궁금하여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신화창조’라는 팬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댓글을 보니 ‘가요계에 신화를 창조하자’라는 뜻의 팀명이라는 견해가 피력돼 있었다. 신화라는 말은 다의적이므로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신화는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이야기, 신비스러운 이야기 그리고 절대적이고 획기적인 업적으로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최근의 한국 대중 매체에서는 이들 세 가지 가운데 보통 사람들이 해내기 어려운 놀랍고 획기적인 업적이라는 의미에서 신화창조 혹은 OO신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다시 말해서 성공신화, 흥행신화, 불패신화와 같은 용례들이 쉽게 눈에 띈다.

이러한 신화라는 말은 알려진대로 영어 myth 혹은 mythology의 번역어다. 그렇다면 myth의 용례는 어떨까. 비근한 예로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2011년 9월 23일자에 ‘대학입학에 관한 잘못된 정보 10가지(Top 10 myths of college admissions)’ 라는 기사에서처럼 myth는 광범위하게 믿어지고 있지만 잘못된 정보와 같은 것들을 지칭하거나 근거없는 믿음을 지칭하는 용례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뿌리에서 나온 신화와 myth의 용례가 판이하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myth의 어원인 미토스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에서 문자사회가 도래하기 이전까지는 중성적으로 사용되거나 긍정적 의미로 쓰였지만 점차 진실이나 사실의 반의어로 사용되는 흐름이 형성됐다. 서구에서 형성된 이 용어는 일본을 통해 동아시아에 神話라고 번역됐고 그 개념도 일본의 정치체제와 맞물려 일본식의 변형을 겪었다. 즉 천황가의 신성한 기원을 천명한 이야기라는 식의 개념으로 재구축됐다. 최근 일본 대중 매체에 成長神話, 不敗神話, 品質神話, 不動産 富豪神話 등의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를 한국에서 신화창조라는 말이 유행하는 현상을 진단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신화’ 라는 말뿐 아니라 ‘myth’와 ‘神話’의 용례를 직접 찾아보도록 주문하곤 한다. 그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이 근대에 번역된 용어들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나아가 번역은 서구의 개념의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자국의 전통에 의한 외래 문화의 변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근대적 용어들은 서구, 중국, 일본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형성된 삼중 번역된 근대(triple-translated modernity)라고 할 수 있다.(『번역과 일본의 근대』, 2000) 우리사회에서 이렇게 굴절된 용어들이 어디 신화라는 말 뿐이겠는가. 이 기회에 상식으로 여기고 있었던 용어들을 새삼 거리를 두고 점검해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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