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자연과 경제 영역에서 일부 사례의 경우 분포도가 일반적인 종형(鐘形) 곡선을 거부하고 L자형 곡선이 특징인 멱함수의 성질을 띠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우선 80%의 완두콩은 20%의 콩깍지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관찰의 결과 이탈리아 땅의 80%는 인구의 20%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80:20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이러한 파레토의 법칙 내지 원리는 다른 분야에도 꽤나 잘 들어맞지만 절대 불변의 고정치는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의 경우 실제 역사는 큰 요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한 사회의 성쇠가 좌우됐다.

공동체의 수직적 통합, 즉 서민과 상류층이 결속된 정도는 그 사회의 소득 분포 양상으로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피터 터친의 『제국의 탄생』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 로마 공화정 초기, 군단의 주력이었던 로마 시민은 대다수가 자기 땅에서 일하는 소지주로 5만에서 10만 아스(고대 로마 동전 단위)의 재산을 보유했다. 부유한 시민들 즉 귀족계급은 기병으로 복무했고 40만 아스 정도의 재산을 보유했다. 최상층부에는 인구의 1% 가량을 차지한 원로원 의원 집안이 있었고 이들은 기병과 최고 무관으로 복무했는데 평균 재산은 100만 아스 정도로 추정된다. 달리 말해 이 시기 로마의 최상류층 1%의 재산은 평균 로마 시민의 재산보다 열 배에서 스무 배밖에 많지 않았다. 2000년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 최상층 1%의 재산이 중간층의 그것보다 200배 많았다고 하니 경제적 불평등치고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로마는 강한 내부 결속력을 바탕으로 지중해 지역을 장악하고 갈리아를 정복하면서 로마 제국으로 성장해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번영 속에서 부의 불평등이 확산돼 서기 400년경 제국이 무너지기 직전에는 재산 차이가 20만 배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공화정 초기의 소지주 계급에 해당하는 중간층이 몰락했고 인구의 대다수는 귀족 소유의 땅에서 일하는 소작농들로 전락해버렸던 것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상위 1%에 대한 분노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의 소득 점유율이 1929년 대공황 직전 23%를 넘었다가 1970년대에 8∼9%로 바닥을 찍은 후 다시 증가해 최근 다시 23%를 넘어섰다고 한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있는데 이들의 소득 및 재산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스트리트라는 이름은 1600년대 중반 오늘날의 뉴욕을 차지하고 있었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영국인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목책을 설치한 것으로부터 유래했다. 외부의 적을 막기 위한 목책은 이미 사라졌지만 오히려 사회 내부의 단절을 공고히 하는 보이지 않는 철옹성이 월가를 둘러싼 듯 보인다.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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