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과학부 석사과정
지난 10월 4일부터 6일까지 학교에서는 가을축제 ‘영웅, 학교를 지켜줘’가 열렸다. 학부를 졸업하고 시간이 지나며, 친구들 연락이 뜸해지고 잔디에 앉아 구수한 막걸리 한잔 하자는 사람은 없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따이빙 굴비’, 학교 내 여러 동아리의 개성 넘치는 공연들, 외부가수 초청 공연 등은 마라톤 같은 대학원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에 시간이 되면 꼭 보고자 노력했다. 이 중에서 대학 축제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외부가수의 초청 공연은 그 공연시간에 비해 상당한 금액이 필요해 축제를 주관하는 ‘축제하는 사람들’ 에서도 매번 많은 고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올 해 가을, 놀랍게도 가수 싸이가 심리학과 초청강연 중 한 번의 실수(?)로 우리학교에 무료로, 그것도 대학 축제에서 흔치 않게 한 시간이 넘도록 무대 위에 있었다. 이 날 필자 역시 가수 싸이와, 싸이의 형제들과, 싸이의 자매들과 함께 잔디위의 큰 울림에 동참해 인기 가수의 공연 관람이라는 즐거움과 함께 돈에서 자유로운 따뜻한 마음씨까지 느꼈다.

필자는 이 날 사회자 박재민씨가 가수 싸이를 소개하는 멘트에서 ‘재능기부’라는 말을 사실 처음 들었다. 아마도 학업에 있으며 현실과 조금은 동떨어져 사는 필자의 처지 때문이기도 하고, 옛날과 다른 요즈음 시대속의 새로운 개념, 또는 기부라는 단어 개념의 확장인 것으로 보인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베풀어 주는 일방향적 관계를 뜻하는 일반적인 기부보다 돈이 아닌 자신의 재능을 베풀고 더불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쌍방향적 관계인 재능기부가 최근 들어 활발한 양상이다. 무엇보다도 필자에게는 오늘날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고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인 자본의 힘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니 좋게 느껴졌다.

요즘 사람들은 합리적이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왔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어떠한 상황이 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우며 비슷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합리적인 사고란 돈과 관련된 모습을 자주 보이며 결정을 내릴 때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곤 한다. 필자 역시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자란 평범한 시민이며 합리적 사고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과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자연의 진리를 절대적으로 탐구하는 과학에서만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싶다.

필자는 비합리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있기를 원하고 그들이 틀리거나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해진 이론이나 법칙, 대세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그러한 사고가 사회와 과학의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것이 재능기부처럼 자발적이고 건전하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이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빈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등 자본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는 시대가 우리를 휘청거리게 하는 요즈음, 가수 싸이는 뜻하지는 않았지만 재능기부를 통해 큰 뜻에서의 비합리적 사고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먼저 실천하며 보여주었다. 한 치 앞만 내다보기 보단 장기적이고 넓은 시야로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꿈꿔 본다.

최우석
지구환경과학부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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