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광환 원장(베이스볼 아카데미)

현재 야구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베이스볼 아카데미의 초대 원장이자 서울대 야구부 감독인 이광환 씨. 그는 프로야구 원년 OB 베어스 프로야구단 코치로 프로야구계에 입문해 OB 베어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우리 히어로즈 감독을 역임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장, 한국야구발전연구원 원장 등 야구발전을 위해 다양한 이름표를 달았다. 한국 야구 역사의 산증인이 들려주는 한국 프로야구 30년은 어떨까. 그런 그가 생각하는 프로야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체육관(71동)에 위치한 베이스볼 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이광환 감독을 만났다.


프로야구 원년 OB 베어스의 코치로 활동하며 있었던 특별한 추억담이 궁금합니다

OB 베어스가 우승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에이스였던 박철순 투수가 허리를 다치면서 팀이 초상집 분위기였다. 총 6차전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붙게 돼 있었는데 1차전에서는 연장전까지 가서 비겼고 2차전에서는 9:0으로 참패했다. 완전한 위기였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뭉쳐 나머지 4경기를 다 이기고 결국 우승을 했다. 그때 그 느낌이 가장 기억난다.

감독을 맡을 당시 선수의 역량을 키워주는 ‘자율 야구’로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내가 OB 베어스를 감독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프로야구는 아마추어 야구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1984년 메이저리그, 1986년 일본 프로야구로 연수를 가보니 선진국의 프로야구시스템은 전혀 다르더라. 시스템을 완전히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그야말로 ‘개혁’이었다. 시간이 흘러 LG 트윈스에 와서는 선수들을 전부 미국에 데려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덕분에 3년만에 역할 분담, 투수 분업 같은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선수와 코치, 구단들이 합심해 도와줘 선진적인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 좋은 성적을 가져다줬는지도 모르겠다.(웃음)

한국 프로야구 30년을 돌아본다면 감회가 어떤지 궁금한데요

30년 동안 이런저런 진통을 겪으면서 프로야구가 점차 현대화됐다. 예전에는 구장에 욕설이 난무하고 물통이 날아왔다면 이제는 가족단위 야구팬들이 구장을 찾아 소소하게 즐기고 있다. 여가시간에 다같이 스포츠를 즐기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이제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결합적 측면에서 프로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위해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까요?

아마도 시설인프라의 개선이 새로운 프로야구 문화의 바탕이지 싶다. 결국 선수들이나 팬들이 국내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구장 인프라가 잘 돼 있다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는 대신 국내에서 훈련을 할 것이다. 여기에 대중을 위한 스포츠 시설이 확충되면 저녁 때 삼삼오오 술집 대신 운동장에서 모이게 될 거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나. 야구가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시설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하다. 당장 베이스볼 아카데미 사무실 앞에 위치한 서울대 야구장도 인조잔디가 깔려있지 않아 학생 선수들이 다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설 인프라 외에 프로야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짚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야구 저변이 확대돼 프로야구 기초가 더 탄탄해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거다. 내가 한국 야구위원회 육성위원장을 할 때는 유소년 야구와 여자 야구의 육성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이들이 야구를 사랑해야 야구 저변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아빠만 야구를 좋아할 게 아니라 엄마도 야구를 좋아해야 애들도 야구를 좋아하고 그제야 야구가 국민스포츠로 확장된다는 말이다. 베이스볼 아카데미의 원장을 맡은 것도 이 노력의 일환이다. 야구 저변이 확대되지 않으면 프로야구도 정체할 수밖에 없다. 이제 야구는 내실을 기해야할 때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는데 이것만은 이루고 싶다면

욕심을 부리려면 끝도 없겠지만 알다시피 야구계에서 안 해본 게 없지 않나.(웃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최선을 다했고 이제 서울대 야구부 감독도 하고 있으니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프로야구계에 종사할 후배들을 위해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더 많은 이들이 야구를 사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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