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인류 보편의 명제 중 하나는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아닐까. 저마다의 양식이 다르니 각자가 책을 읽는 이유 역시 다 다를테지만 개중에서도 책을 읽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에서 나오는 재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시장 논리 속에 있는 출판 시장에서는 ‘잘 팔리는 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아예 팔리는 것과는 담을 쌓은 책이 있다면 어떨까. 그 책 속엔 자유로운, 또 예상 밖의 무엇이 담겨있지 않을까. 여기 그 질문에 답을 줄 책 몇 권이 있다. 소규모 독립 출판으로 수익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과감히 새로움과 재미를 찾아 나선 독립출판물들을 소개한다.

자유롭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

출판의 주된 목적이 판매 수익에 있지 않고 독자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있는 만큼 독립출판물에는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털어놓으려는 고백적 성격이 드러난다. 스스로를 전방위 이종문화 리뷰 계간지라 소개하는 『나불나불』은 단어 뜻 그대로 장르를 불문한 각종 문화를 비평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복잡해진 현 문화 곳곳의 현상에서 이들은 소재를 뽑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문화를 비평한다. 1호 ‘불만’에 실린 「“ ” 어떤 잉여적 존재들의 모호한 이름에 대한 고찰」에서는 비대중적인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오타쿠’로 불린다고 말한다. 글은 비대중적인 문화 각각에 대해서 설명하라면 정확히 아는 바가 없어 “ ”로 침묵을 지킬 것임에도 우선 배타적으로 비난하려고만 하는 대중의 정서를 꼬집는다.

한편 2007년 창간된 『가짜잡지』는 한 책 속에 여러 사람들이 쓴 작품을 모아 엮어내는 것 이외엔 잡지의 특성이 없어 이름도 ‘가짜잡지’라 붙였다. 여기 실린 작품은 편집자인 홍은주와 김형재가 모두 자신의 예술인 친구들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며 ‘놀았던’ 결과물이다. 2009년 발간된 3호에는 ‘누구나 가슴 속에 타워팰리스 한 채 쯤은’이라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1,2,3차 모형 만들기 종이접기 키트도 담겨있다. 이렇듯 잡지 속 작품들은 마냥 의미 없는 장난감이 아닌 뼈가 담긴 결과물이다.

별도의 고정 필진 없이 각 호마다 여러 사람들에게 글을 받아 이야기 창을 꾸린다는 점에서 『헤드에이크』는 『가짜잡지』와 궤를 같이한다. 잡지는 “삶의 골치 아픈 질문을 피하지 말자”는 모토 아래 매호 ‘갈 데 있어요?’, ‘독립 언제 할꺼야?’, ‘졸업 후 뭐하세요?’와 같은 민감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잡지를 창구로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과 활발히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 이 잡지만의 매력이다.

자유로운 형식에 담긴 새롭고 낯선 상상력의 모습들

독립출판물의 자유로운 이야기가 오고가는 특징에서도 드러나듯 독립출판물은 스스로의 형식에 틀을 부여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는 예술을 다루는 독립출판물의 시각에도 그대로 반영돼 실험적인 시도와 상상력에 대한 포용으로 이어진다. 2008년 9월 처음 창간된 계간지 『원피스』 역시 마찬가지다. 매 호마다 특정 주제를 잡고 작품을 공모해 싣는 이 잡지는 매 호 실험적인 작품이 가득하다. 참신성에 작품 선정의 주된 기준을 두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진 작가들의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5호 ‘공포’에서는 신인 화가 박승예씨의 「몬스터」가 실렸다. 공포감에 휩싸여 파괴되는 자아를 표현하고자 각기 다른 곳을 보는 한 인물의 모습을 한데 모아 그린 작품은 마치 사진을 옮긴 듯해 신선하다.

한편 『한페이지단편소설』은 책 이름 그대로 A4용지 한 장이 넘지 않는 소설만을 취급하며 새로운 문학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작품의 분량만을 제한할 뿐 별도의 소재나 주제를 정하지 않아 매번 글을 공모받는 『한페이지단편소설』의 홈페이지에는 흔한 사랑이야기부터 좀비, 공상과학에 이르는 여러 주제의 글이 모인다. 책은 새롭고 낯선 상상력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에서 발굴한 신진 작가들을 위한 출판사로 거듭나고자 지난 2007년에는 도서출판 ‘한단설’로 정식 등록을 마쳤다.

『아브락사스』 역시 언더그라운드 문예 지를 표방하고 나선 잡지다. 글의 주제를 정할 뿐 글을 심사할 권리는 없다고 말하는 『아브락사스』는 누구나 문예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이기 위해 들어온 모든 글을 거르지 않고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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