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50주년 맞은 서울대 출판문화원

‘서울대 출판문화원(출판문화원)’이 개원 50주년을 맞았다. 이에 『대학신문』은 1961년 ‘서울대학교 출판부’로 문을 연 이래 책과 함께한 출판문화원의 50년을 돌아봤다.

탄생부터 50돌까지

서울대 출판부는 고문관 슈나이더 박사와 본부 간의 교내 인쇄공장 설립 합의(1956~59년) 후 세계언론학회(ICA) 자금과 경제부흥특별회계 원조로 설립됐다. 1961년 6월 1일 창립발기 이래 출판부는 교내 인쇄물 제작에 주력하다 1975년 인쇄실과 출판실을 이원화해 인쇄와 출판 업무를 병행했다. 인쇄소를 부대시설로 둔 1981년부터 전문 출판을 시작했고 1998년에는 활판인쇄 시대를 마감하며 전산편집·조판 시스템을 본격 도입했다.

2000년대부터는 표지 및 본문 디자인 개선과 유통망 다양화를 꾀하고 급변하는 출판 환경에 발맞춰 디지털 콘텐츠 도서와 같은 다양한 출판매체를 개발했다. 현재의 출판문화원은 2009년 출판부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출판부장 경영체제를 출판문화원장과 운영본부장의 이원적 운영체제로 하고 이례적으로 출판전문가인 현암사 형난옥 대표이사를 운영본부장으로 영입했다. 2011년 현재까지 출판문화원은 총 2천여 종의 책을 발간했으며 410종이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출판문화원장 김종서 교수(종교학과)는 “지금까지의 책들과 여기서 파생한 연구들은 현재의 한국을 있게 한 지적·문화적 콘텐츠의 원천을 제공해왔다”고 자평했다.

교재부터 학술·교양서까지

출판문화원에서는 강의에서 활용하는 교재, 학내 교수들의 학술 연구성과와 업적을 담은 학술서,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교양서를 펴낸다. 출판문화원 출판연구센터 권영자 전문위원은 “심의제도를 이원화해 학술서를 심의하는 출판위원회와 교양서를 심의하는 기획위원회를 따로 운영함으로써 양쪽의 균형을 맞추고 도서의 질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1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대학국어』 교재는 지금까지 81,148부가 발간됐다. 모든 신입생들의 강의교재인 『대학국어』의 발간 부수를 통해 1981년부터 지금까지의 누적 입학생을 짐작해볼 수 있다. 초기 출판문화원은 모든 신입생에게 수학, 철학, 체육 등 다양한 교양과목의 교재를 제공했으나 지금은 『대학국어』만을 전 신입생들에게 배포한다.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교재는 1990년에 발간된 『한국사특강』으로 이 책은 사상 최고치인 115,300부를 기록했다.

우수학술도서 중 주목을 끄는 학술서로는 주경철 교수(자유전공학부)의 『대항해시대: 해상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대항해시대』)이 있다. 이 책은 출판문화원 사상 최단기간에 2만부를 돌파했다. 세계사를 대륙과 농경문화권의 입장에서 해석한 기존 관점과 달리 『대항해시대』는 근대 해양세계에 주목했다. 동아시아까지 해상무역을 확장해 해양을 장악한 유럽이 근대 사회의 패권을 쥐는 과정을 통해 근대 세계사를 해양 중심으로 새롭게 조망했다는 평이다. 또 이 책은 평소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학술서가 대중들에게도 널리 읽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예이기도 하다.

또 교양서 『관악초청강연』 시리즈 역시 세간의 이목을 끈다. 이는 학생들의 교양 전반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자 마련된 ‘관악초청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백낙청 명예교수(영어영문학과), 윤석철 명예교수(경영학과), 신영복 석좌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박완서 소설가, 탤런트 이순재, 고은 시인 등 현대인의 귀감이 되는 명사들의 강연을 통해 살아있는 교양을 그들의 목소리로 전달하기 위한 시리즈다. 출판 이래 학내외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들에게까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젠 100주년을 향해

50주년을 맞아 출판문화원은 ‘서울대 역사를 다시 쓴다’는 기치 아래, 개인이나 집단이 경험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대 역사에 주목하는 ‘SNU 스토리+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출판문화원 형난옥 운영본부장은 “각 학문 현장의 이야기를 도외시하고는 현대사를 충만하게 구현할 수 없다”며 “학내 학과와 여러 모임들, 그들이 축적·기록한 풍부한 미시사 콘텐츠를 담아낸 살아있는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서 원장 역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학문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서울대와 현대사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한 ‘빌라다르와 예술가들’* 융합콘텐츠 전시회를 시작으로 출판문화원은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한다.

김 원장은 “앞으로 출판문화원이 오는 원고만 출판하는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학문 발전을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학문 자체를 계도하는 능동적·적극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학문을 끌어나가는 위치에서 연구를 지원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출판하는 것은 지식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 수준의 학내 교수들의 연구업적을 적극 발굴하고 출판해 해외에 소개함으로써 출판문화원이 서울대의 미래를 선도하는 선봉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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