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몬스터 멜랑콜리아』

권혁웅 지음ㅣ민음사ㅣ262쪽ㅣ1만5천원
“사랑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명언은 말한다. 사랑은 때때로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을 강하게 하는 존재라는 것을. 사랑은 서로를 지켜주고 아껴주는 아름다운 단어인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괴물도 사랑과 같은 여러 감정들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괴물의 모습은 흉측하고, 어두우며 사랑과 같은 따뜻한 감정과는 멀게 느껴진다. 『몬스터 멜랑콜리아』에서는 이러한 선입견을 버리고, 괴물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관련된 감정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은 전작『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에서 사랑의 감정과는 다른 16가지의 테마 - 길, 세월, 꽃, 불, 미궁 등에 대해 다루며 신화 속 괴물의 감정들이 사랑에서 비롯됐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 『몬스터 멜랑콜리아』에서 그는 짝사랑, 질투, 기다림 등 사랑과 관련된 16가지 감정들을 하나하나 분류해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각각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16가지 감정 중 ‘자기애’는 자기를 사랑하는 감정이자 정체성을 의미한다. 오스카 와일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보면 도리언의 초상화는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뜻한다. 현실의 영향으로 점점 그가 사악해져가는 만큼 그의 초상화도 점점 추악해져가고 그는 결국 초상화를 찢게 된다. 저자는 도리언의 찢겨진 초상화가 곧 조각난 정체성, 자기애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기애’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자기가 본래 생각했던 자아가 아닌 ‘타자’로 지각된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킬’은 ‘내가 죽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하이드’는 ‘숨기다’라는 뜻을 가진다. 착한 성품의 지킬과 악한 성품을 가진 하이드를 보면 이 둘의 이름은 바뀌어야 타당하다. 이름은 그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중요한 실체인데 지킬의 내면 속에 또 다른 타자 하이드가 개입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단어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흔히 고통의 시간이라고 알고 있지만 저자는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일이라고 설명하며, 한 삶을 추억하는 동시에 다른 하나의 삶을 기대하는 시간이라 했다. 또 ‘무관심’을 대상이 없는 사랑이라 말하며, 차갑고 냉소적인 느낌의 ‘무관심’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했다.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감정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다.

한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된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야기, 신화, 민담들을 두루 살펴보는 것과 함께 익숙했던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은 알찬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괴물의 이야기들로 이끌어 내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지 모르지만 그 감정의 설명은 점점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저자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괴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감정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알려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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