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몬스터 멜랑콜리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은 전작『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에서 사랑의 감정과는 다른 16가지의 테마 - 길, 세월, 꽃, 불, 미궁 등에 대해 다루며 신화 속 괴물의 감정들이 사랑에서 비롯됐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 『몬스터 멜랑콜리아』에서 그는 짝사랑, 질투, 기다림 등 사랑과 관련된 16가지 감정들을 하나하나 분류해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각각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16가지 감정 중 ‘자기애’는 자기를 사랑하는 감정이자 정체성을 의미한다. 오스카 와일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보면 도리언의 초상화는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뜻한다. 현실의 영향으로 점점 그가 사악해져가는 만큼 그의 초상화도 점점 추악해져가고 그는 결국 초상화를 찢게 된다. 저자는 도리언의 찢겨진 초상화가 곧 조각난 정체성, 자기애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기애’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자기가 본래 생각했던 자아가 아닌 ‘타자’로 지각된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킬’은 ‘내가 죽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하이드’는 ‘숨기다’라는 뜻을 가진다. 착한 성품의 지킬과 악한 성품을 가진 하이드를 보면 이 둘의 이름은 바뀌어야 타당하다. 이름은 그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중요한 실체인데 지킬의 내면 속에 또 다른 타자 하이드가 개입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단어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흔히 고통의 시간이라고 알고 있지만 저자는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일이라고 설명하며, 한 삶을 추억하는 동시에 다른 하나의 삶을 기대하는 시간이라 했다. 또 ‘무관심’을 대상이 없는 사랑이라 말하며, 차갑고 냉소적인 느낌의 ‘무관심’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했다.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감정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다.
한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된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야기, 신화, 민담들을 두루 살펴보는 것과 함께 익숙했던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은 알찬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괴물의 이야기들로 이끌어 내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지 모르지만 그 감정의 설명은 점점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저자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괴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감정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알려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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