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사생활의 역사』, 『돈의 역사』, 『거울의 역사』 등 미시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일상적이고 흔한 소재를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려는 미시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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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를 재미있게 맛보고 싶다면 『치즈와 구더기』(카를로 긴즈부르그 지음, 문학과 지성사)를 읽어보자. 미시사의 교과서같은 책으로 이 책의 역사서술 방법은 소설에 버금갈 만큼 흥미진진하다. 사제들을 비난하며 독창적인 천지창조설을 펼치는 메노키오와 그를 이단으로 몰아 처벌하려는 재판관 사이에 벌어진 법정공방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종교개혁과 인쇄술의 보급으로 지배층의 지식 독점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배계급의 두려움은 민중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졌고, 메노키오 사건은 그 와중에 벌어진 대표적 마녀재판이었다고 책은 말한다.

미시사란 무엇인가』(곽차섭 엮음, 푸른역사)는 말그대로 미시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역사학의 새로운 가능성 미시사의 이론방법논쟁’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이 책은 미시사의 이론과 방법, 그리고 이에 대한 다양한 논쟁을 다룬다. 긴즈부르그 등 미시사를 연구하는 대표적 학자들의 논문과 『마르땡 게르의 귀향』(내털리 제이먼 데이비스 지음) 같은 소설을 예로 미시사의 방법론을 설명한다.

한편, 미시사에서 사료 발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고싶다면 『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 지음, 문학과 지성사)을 보는 게 좋겠다. 이 책은 ‘아래로부터의 역사’ 다시 말해, 사료로서 가치를 의심 받아왔던 민담, 편지, 보고서, 책 주문서 등을 통해 살펴본 계층문화를 담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생세브랭 가의 고양이 학살’에서는 직공들이 그들의 고용주에 대한 우회적 저항으로서 벌인 고양이 사형식의 의미를 어느 인쇄소 직공이 남긴 기록을 통해 살펴본다.

『고양이 대학살』이 미시사에서의 사료 발굴 사례를 보여준다면, 『미시사의 즐거움』(위르겐 슐룸봄 지음, 돌베개)은 미시사 연구 방법과 각종 자료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준다. 특히 벨름 교회 공동체를 연구한 부분에서는 ‘가족재구성’ 연구방법을 통해 농민들의 가족, 친족, 계층 간 관계망 등을 복원하고 있다. ‘가족재구성’은 교적에 적혀 있는 영세, 혼인, 장례 기록을 분석해 임의의 시점에서 가족 및 친족 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파악하는, 인구의 사회적 구성과 동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미시사 연구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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