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를 열려는 시도가 2주간 세 차례나 있었다. 2차 공청회는 사흘 전, 3차는 겨우 이틀 전에 통보했다. 5차 공청회까지 갔다면 당일, 6차는 일단 하고 다음날에 알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공청회 개최 14일 전까지 관련 사항을 널리 알리도록 규정한 행정절차법 38조를 볼 때 이는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홍보 방법도 2차 공청회부터는 메일 한 통과 포털 배너를 통한 공지뿐이었다. 학내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폭넓은 의견수렴이라는 그 목적을 상기하면 이는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해당 시도들은 학생들의 단상 점거로 인해 무위로 돌아갔고 본부는 학생들이 의견수렴을 위한 건전한 노력을 막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의견수렴에 있어 본부는 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다. 학교 운영에 있어 학생 의견수렴 통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도 국정감사에서 김춘진 위원은 “73명의 평의원 중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오연천 총장은 긍정적으로 답했고 처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관 제정 시 평의원회 구성에 관한 사항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2차 공청회 때  이원우 학생부처장의 말처럼 당시는 법인화법이 통과되기 전이므로 법안 자체를 수정할 수 있었음에도 정관 운운하며 얼버무린 것은 학생을 보는 본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로 미뤄볼 때 현재 정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 3일 새 평의원회 회장으로 선출된 박종근 교수(전기·컴퓨터공학부)는 좀 더 솔직하게 본부를 대변한다. 그는 2차 공청회에서 “학생은 교육받는 입장으로서 참관인 정도의 자격에 만족해야한다”고 말했다. ‘함께 설계하는 서울대의 미래’라는 공청회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학생은 서울대의 공동 설계자에서 일개 참관인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러나 그런 그도 “이미 법이 통과돼 어쩔 수 없다”라는 말과 “우리는 법인화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는 말을 한 입으로 말하는 본부처럼 일구이언하는 모습을 보인다. 3차 공청회에서 총장추천위원회에 학생대표가 20명은 참여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학교 운영에 대한 논의에서 학생이 배제돼서는 안 됨을 인정한 것이다. 놀랍게도 본부 또한 이를 인정한 전력이 있다. 공청회 발표 자료에서 본부가 살짝 빼 놓은 1997년도 법인화법이 그 증거다.(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서울대학교법’을 검색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법 제15조 3항을 보면 평의원회에 학생대표 2인이 들어가 있다. 당시 본부는 법안에 대한 해설에서 이를 “학생 대표 등 대학 구성원의 의견이 대학 운영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항”이라 자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부는 아직까지 대학 운영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행동은 보인 바 없고 지금도 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본부에게 있어 학생은 다만 장학과 복지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의견수렴을 말하는 본부여, 부끄럽지 아니한가.

이은호
서어서문학과·09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