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사란 어떤 학문인가

▲ © 강동환 기자
미시사는 인간 개개인의 의미와 가치를 재고찰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진보로서의 역사’, ‘계급투쟁의 역사’, ‘민족의 자서전으로서의 역사’ 등 거대 담론 중심의 역사를 탈피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됐던 것들에서 잃어버린 의미를 찾는 역사다.
 

미시사의 방법론을 설명하는 ‘줌인(Zoom-In)’이라는 용어가 상징적으로 나타내듯, 미시사는 지금까지의 연구가 역사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린 것과 달리 작은 규모로 역사에 접근한다.

카를로 진즈부르그나 조반니 레비 등을 중심으로 「역사잡지」와 「미시사 시리즈」 등을 내고 있는 이탈리아의 미시사와 영미권을 중심으로 상대주의적 입장을 중시하는 ‘문화사’,  막스플랑크역사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독일의 ‘일상사’ 등 나라마다 조금씩 형태를 달리 하지만 이는 모두 20세기 후반 이후 확산된 미시사적 흐름이다.

 

미시사는 역사 속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에 주목

 

미시사가 등장하기 시작한 1970년대 유럽에서는 과학 기술의 진보로 인한 생태계 파괴, 사회주의 혁명의 실패와 경제 성장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든 유류파동 등으로 기존 역사학의 확고한 신념이었던 ‘진보하는 역사’에 대한 회의가 나타났다. 이런 맥락에서 미시사의 등장은 포스트모더니즘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임상우 교수(서강대ㆍ학과)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중심의 해체’와 ‘거대담론에 대한 불신’을 주장하며 미시사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었다”고 설명한다. 김기봉 교수(경기대ㆍ사학과)는 “근대 역사학은 실증사학과 마르크스주의적 역사관이 지배해왔다”며 “미시사는 기존의 역사학이 방대한 통계자료와 민족, 계급과 같은 거대담론에 치우쳐 ‘역사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잊고 있었다는 비판 속에서 등장했다”고 말한다.

 

미시사가들은 ‘이례적 정상’의 사례를 통해 기존의 역사 서술에서 배제됐던 하층계급의 삶을 조명한다. 조한욱 교수(한국교원대ㆍ역사교육과)는 “행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있는 행동이 당시 지배계급에 대항하는 것일 때 그것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받는다”며 “지배계급에 의해 역사 속에 묻혀버린 개인의 삶을 복원함으로써 역사의 이면을 볼 수 있다”는 말로 ‘이례적 정상’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또 그들은 기존의 역사학에서 실증 사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개인의 일기나 편지, 범죄소송기록 등을 활용하고, 기존의 사료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곽차섭 교수(부산대ㆍ사학과)는 “호적 문서나 토지매매 문서를 봐도 미시사에서는 식구의 수나 매매가격 같은 계량적 측면만을 추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실명을 통한 가계간의 관계나 매매 쌍방의 관계 등을 살펴 인적 관계망을 복원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개개인의 실제 이름을 ‘추적’하고 ‘비공식적비정상적인 것’에 대해서도 역사로 기록될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미시사는 역사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개인 역사를 추적하며 이야기체로 서술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례적 정상’과 비공식적 기록 등 역사 연구 범위 넓혀


 

그러나 미시사의 방법론이 가지는 한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영석 교수(광주대ㆍ서양사학과)는 “아무리 연구 대상의 선택에 엄밀한 숙고가 뒤따른다 해도 그것은 결국 특정 개인에 관한 연구에 머무를 뿐”이라며 “미시사가들은 사료를 다룰 때 역사적 사실을 검증하기보다는 무리하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또 김응종 교수(충남대ㆍ사학과)는 ‘이례적 정상’에 관해 “미시사에서는 사료가 언제나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나 권력관계로 인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 아니냐”라며 “특이하고 비정상적이라고 기록된 사람을 정상적으로 보는 것이 대표성이나 전형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한계들은 앞으로 미시사가 역사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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