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보도] 박성회 교수팀 당뇨병 치료 연구

지난달 31일 박성회 교수(의학과) 연구팀이 돼지 췌도를 이식한 당뇨병 원숭이에게서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며 당뇨병 완치 가능성을 제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대학신문』 2011년 11월 7일자). 그러나 이번 연구 성과로 당뇨병 완치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 있다. 향후 임상 실험 등의 과제는 차치하고 이식과 관련된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주로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기 위해 필요한 이종이식(異種移植) 관련 법안의 부재가 지적된다. 이에 『대학신문』은 이종 이식과 관련된 쟁점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이종이식의 위험성

박성회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이종 간 장기를 이식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식 거부반응을 제어했다는 것을 핵심적 성과로 한다. 기존 방식에서는 이식된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제어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투여할 경우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도 함께 약화됐지만 박 교수 연구팀은 이식된 장기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면역억제제의 활용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종 간 이식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이화여대생명의료법연구소 부소장 권복규 교수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돼지의 장기가 인간의 몸에 들어오면서 동물에서 유래한 질병이 사람에게 옮겨와 심각한 전염병(인수공통전염병*, 人獸共通傳染病)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종 이식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공중보건 vs 개인의 기본권

이종 이식으로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공중보건과 개인의 기본권이 부딪치는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미국이종이식에관한장관자문위원회(SACX)나 미국식품의약국(FDA), 미국국립보건원(PHS) 등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종 간 이식을 하면 이식 후에도 환자들을 꾸준히 모니터하고 사후에도 부검을 통해 연구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또 전염병 발생 위험으로 인해 환자의 조직과 체액의 샘플, 데이터, 동료관계와 일상생활 활동 등 환자의 모든 의료기록을 의료팀과 이종이식한 기관, 이종이식 연구자, 국가가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권복규 교수는 “이종이식으로 파생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이식받은 환자들과 접촉하는 주변 가족들에까지 추적·관찰의 범위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헌 교수(숙명여대 법학부) 역시 “환자 스스로가 이종이식에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대리인들이 동의를 하는 문제나 이식받은 환자, 환자의 주변인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광범위한 감시 시스템이 필요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이드라인? 이종이식 법안 마련돼야

이처럼 공중 보건과 환자 개인의 권리에 대해 충돌이 발생하지만 이를 조정할 법이나 이종 간 장기 이식에 대한 법적 근거는 전무한 상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물론,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에서도 이종 간 이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장기이식법은 장기 이식이 사람과 사람 간에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법이 제정돼 이종 간 장기 이식은 법의 공백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박성회 교수팀의 연구가 보고된 후 보건복지부는 이종 간 장기 이식에 대한 임상연구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 관계자는 “가이드라인과 법률 중 어떤 형태가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인수공통감염병 예방과 이식받은 환자에 대한 추적, 보건복지부나 식약청, 질병관리본부 등 관리주체에 대한 명시, 피험자 선별기준과 건강관리, 장기를 주는 공여동물과 그들을 키우는 과정에 대한 정기적 조사 등 이종이식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가이드라인의 수준이 아닌 법률 제정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수헌 교수는 『생명윤리정책연구』에 발표한 논문 「이종이식의 법적 문제와 규제」에서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종이식이 법체계상 법률로 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인간 존엄성의 문제와 프라이버시 문제, 안전 문제, 실험용 동물의 취급 문제만이 아니라 치료기회의 균등 문제 등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에 대해 제재나 한계를 포괄적으로 언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관련 부처간의 협조, 인간 존엄성과 생명·자유·안전에 관한 권리, 환자의 동의, 개인정보, 주변인에 대한 제한과 모니터링 체계 등 앞에서 언급한 여러 문제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복규 교수 역시 “장기 이식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이식법과 달리 이종이식법은 전염병과 같은 공중보건 상 위험을 예방하고 이종이식을 받은 환자 및 공중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상반기쯤 이종이식에 관한 법률 또는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을 초안이 어떤 방향으로 제정될지, 박성회 교수 연구팀의 성과가 350만명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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