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장애인 영화관람환경 개선 사업 지원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화면 해설과 자막 서비스를 담은 콘텐츠 수와 상영관 수 증가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진위의 이번 발표가 기존 사업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예전 수순을 답습하는 피상적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장애인 영화관람환경 개선 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영진위가 ‘영화 향유층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영진위는 2005년 정책 시행 당시 화면해설과 한글자막 작업을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에 위탁하는 방식의 정책을 발표하며 매년 15편의 화면해설 및 자막서비스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배급사가 작품의 위탁 과정 중 사전유출가능성을 제기하며 매년 7~8편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가 위축됐다. 이에 따라 그간 영진위는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끊임없이 노출돼 왔다. 지난 7일 발표는 그동안의 논란을 해결하려는 영진위의 대책이다. 발표한 사업에 따르면 영진위는 국내 3대 영화배급사인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와의 협력을 통해 화면해설과 자막 서비스를 담은 콘텐츠 공급을 7~8편에서 15편으로 늘리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상영관도 올해 말까지 기존 22개에서 총 26개 영화관으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번 지원책이 콘텐츠 수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김철환씨는 “위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보안 위험성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논란이 종식됐다고 할 수 없다”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수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위탁 구조에서 제작사나 배급사가 콘텐츠 제작을 직접 담당하는 것으로 책임 주체가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해에 새로 제정한 ‘21세기통신및비디오접근성법’을 통해 모든 영화사와 방송 관련 산업에서 자막을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철환씨는 “외국 사례처럼 제작사 측에서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담당한다면 정부의 지원 예산을 시설 등의 다른 곳으로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지원계획에 그간 지속적으로 요구돼 온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 역시 제기됐다. 현재 휠체어사용자용 관람석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은 극소수다. 지난 5월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5조 1항에 따르면 2015년 4월까지 한 스크린 당 300석 이상인 상영관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기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무조항이 아닌데다 2010년 기준 스크린 당 300석을 넘는 영화관은 전체의 13.3%에 불과해 편의시설을 갖춘 영화관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됐던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상영관 시설비 융자 사업까지도 지난해부터는 사라졌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직원 이호준씨는 “시설환경개선의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과 세심한 법률, 시행령의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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