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 당일에 한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투표확인증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싶은데 혹시 공직선거법 위반이냐는 것이었다. 설마 투표했다는 확인증을 단순히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문제가 되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친구는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 다음에야 ‘인증샷’을 게시했다. 필자는 왜 그가 망설였나 싶어서 선관위의 관련 지침을 살펴봤다. 몇몇 조치들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선거는 단순히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회성 행사로서의 성격뿐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형성된 여론을 정치 영역에 반영하는 통로의 특성을 지닌다. 이는 정치적 대표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책임 지도록 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선거에서 표출된 민의가 진정한 주권자의 의사이기 위해서는 개인이 가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관위 지침에 따르면 정치적 성향이 널리 알려진 사람은 SNS에서 단순히 투표에 참여하라는 권유도 할 수 없고, 누구든지 그 의도를 불문하고 특정 후보자의 기호를 연상할 수 있는 표시가 있는 인증샷은 게시할 수 없다. 이에 충실하려면 개인은 SNS에 글을 게시하기 앞서 필연적으로 자기검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어느 범위에서 어느 정도로 정치적 지향이 드러나지 않아야지만 권유를 할 수 있는지 모호하다. 뿐만 아니라 흥에 겨워 손가락으로 V자를 표시하고 사진을 찍어도 이것이 특정 후보자의 기호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되기 때문에 표현에 있어 지극히 조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위축된 표현을 과연 ‘자유로운 의사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선거에서의 SNS 규제는 비단 투표 당일의 문제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선관위는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SNS에서 특정 입후보예정자에 대해 계속적으로 지지나 반대의사를 게재하고 퍼나르는 행위는 제재대상인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한다. 선관위는 이를 선거의 혼탁과 과열을 방지해 공정한 선거를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SNS는 별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자유로이 접근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매체들과 구별되므로 특정 집단이 매체를 사전에 독점적으로 사용해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침해의 소지는 크지 않다. 무엇보다도 선거의 공정성은 모든 시민들이 선거에 있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평등하게 누리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인정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선거의 본질적인 목적이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선거는 그 자체로서 공동체의 의견이 수렴되는 중요한 정치적 의사소통의 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현행 선거법상 선거운동에 관한 과도한 규제입법적 요소는 보통선거권의 도입으로 인한 지배층의 위기의식의 산물인 1920년대 일본의 선거법제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의 이면에는 공정한 선거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가오는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진행되는 ‘선거의 해’다. 내년에는 필자의 친구처럼 일일이 선관위에 문의해야 하는 염려 없이 누구나 SNS 상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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