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어중문학과
열심히 한 사람과 잘 한 사람 가운데 누구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줘야 할까? 흔히 이러한 고민은 과정을 더 중시할 것인가, 결과를 더 중시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의문으로 보이지만 그 각각의 내용에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열심히 한다는 것. 우리는 ‘열심히’를 흔히 양적인 문제로 이해한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했는가, 출석을 몇 번이나 했는가, 과제를 모두 제출했는가. 그래서 그것은 객관적인 수치로 도출되고 명백한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열심히’는 엄밀히 말해 시간의 양이나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간에 쏟아 부은 개인의 정성과 집중의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반면 ‘잘’은 우리가 질적인 문제로 이해한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 질의 평가, 즉 ‘잘 하다’의 기준이 과연 정량화돼 객관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가이다. 하지만 ‘잘’은 어떤 의미에서 그 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익숙하고 쾌적한 것들에 대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열심히’는 오히려 개인의 문제이고 상대적인 것이라 그 양을 정량화해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지만 ‘잘’은 그들의 만족감 사이에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가 존재하므로 그 양을 정량화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궁극적인 평가의 기준은 ‘열심히’가 아닌 ‘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과정에 대한 무시나 결과에 대한 일방적인 존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오히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열심히’와 ‘잘’, 즉 과정과 결과 사이의 연속성과 동일성이다. 과정은 한마디로 결과에 이르는 길이고 결과는 그 과정들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 학기 강의를 해보면 상당수의 학생들은 학기 중의 출석이나 과제, 읽기, 토론의 과정을 기말에 자신이 써야 할 레포트와 연관 짓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과정과 결과는 분리돼 있고 ‘열심히’와 ‘잘’은 별도로 부여된 두 개의 다른 과업일 뿐이다.

대학 강의는 어떤 의미에서 바로 이 과정과 결과의 연동을 연습시키는 장이어야 할 것 같다. 과정과 결과의 연동 즉 ‘열심히’와 ‘잘’의 통합은 다시 말하면 일에 있어 ‘목적’의 회복이고 적용이다. ‘왜’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검토하는 것, 늘 가야할 길의 방향을 인식하고 적절한 경로를 찾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열심히 하다’의 내용이고 ‘잘 하다’의 실제 성과다.

어떤 사람은 ‘열심히’ 그 자체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잘’ 그 하나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목적이 없는 과정, 과정이 없는 목적은 그것을 위한 그것일 뿐 어떠한 ‘덕(德)’의 작용도 기대할 수 없다. ‘동그란 삼각형’은 형용 모순이다. 그러나 동그라미가 되기 위해 무한히 그 각을 분화시키고 있는 삼각형은 그 과정의 어떤 순간에도 원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과정과 결과의 통합에 대한 인식이고 목적의 회복이고 덕의 작용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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