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은 저마다 일당백을 자랑하는 결기 어린 스파르타 전사들이 거대한 페르시아 군대의 침략에 맞서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300명의 정예전사들이 100만 대군의 진격을 저지해 혁혁한 전과를 세운다. 믿기 어렵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는 스파르타 정규군 300명 포함 총 7천여 명의 그리스 연합군이 200만 페르시아 대군을 맞아 영웅적인 방어전을 펼친 것으로 나온다. 영화감독이나 헤로도토스나 과장이 좀 세다고 생각되지만 이 수치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그리스군은 일당삼백의 무용을 뽐낸 셈이 된다. 

한 사람이 여럿을 당해낸다는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삼국연의』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일당백, 일기당천(一騎當千), 만부부당지용(萬夫不當之勇)으로 묘사되는 무인들이 속속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이런 말이 회자된다. “一呂二趙三典韋, 四關五馬六張飛, 七許八黃九姜.” 일종의 무예 랭킹으로 여포, 조운, 전위, 관우, 마초, 장비, 허저, 황충, 강유 등을 일컫는다. 『삼국연의』를 사랑하는 분들의 비판이 뒤따를 것이라 예상된다. 전위, 관우, 장비의 순서, 난데없는 강유의 등장, 하후연과 장료의 탈락 등 논란의 소지가 많은 순위표다. 여포를 톱으로 내세운 것에도 불만이 있겠으나 그의 용맹함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용맹하더라도 여러 훌륭한 인물들을 거느릴 신망과 비전이 없었기에 여포의 무예는 단지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에 분야는 다르지만 ‘1 대 300’의 기염을 토하는 인물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 열린 일본 재계단체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이사회에는 300여 회원사가 참여했는데 ‘원전 재가동’이 중요하다는 경단련의 입장 표명에 대해 손 회장 홀로 반대 의사를 개진했다고 한다. 그 역시 예전에는 원전 찬성론자였다. 그러나 지난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자신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탈원전-재생에너지 확산’의 전도사로 나섰다. 그는 대지진 복구 성금으로 100억엔을 출연했고 사재 10억엔을 기부해 대안에너지를 연구하는 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손 회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과 일본, 중국이 함께 몽골 고비사막의 태양열을 활용하는 ‘고비테크(Gobitech) 프로젝트’를 추진하자는 제안도 내놨다고 한다.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는 그들 폴리스의 힘의 원천을 “옆에 서 있는 전사”로 언급했다. 그들은 이런 결속력을 바탕으로 대국의 군대를 격파했으며 이후 그리스의 패권까지도 차지하게 된다. 손정의 회장의 분투가 일개 사건으로 그칠지 동조자를 끌어 모아 새로운 흐름의 시원이 될지, 앞으로의 상황 전개가 무척 기대된다.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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