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정부를 팝니다』

 

폴 버카일 지음ㅣ김영배 옮길ㅣ시대의창ㅣ360쪽ㅣ1만8천원

정부가 팔리고 있다. 다소 자극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항만, 도로뿐 아니라 정부의 관할로 자연스럽게 여겨졌던 안보 영역마저 민간 기업에 매각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팔린다’는 말이 지나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분별한 민영화가 이뤄지는 현재의 상황은 바람직한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미국의 법학자 폴 버카일은 『정부를 팝니다』라는 책에서 ‘팔 수 있는 정부’가 어디까지인지 선을 그어야 한다고 답한다.

저자는 행정·규제법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법학자다. 『정부를 팝니다』에서 그는 최근까지 연구해 온 미국 내에서의 민영화 사례들을 제시하며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정부는 효율성을 위해 민영화를 시작한다. 미국의 경우 국가가 항만을 드나드는 화물을 일일이 검색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두바이 포츠 월드’와 같은 민간회사에 항만관리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민영화가 꼭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효율성을 위해 시행됐던 민영화는 급박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 비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2005년 9월  순식간에 미 남부를 초토화했던 태풍 카트리나 당시 사태수습이 단적인 예다. 급히 재해 현장을 정리하고 인명 구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구호를 담당해야 했던 군대는 즉각적인 재난수습에 나서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정부의 역할과 민간계약자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분 민영화된 군대의 지휘권은 혼란에 빠졌던 것이다. 결국 재해수습 과정에서 들었던 시간이나 비용은 민영화 전에 비해 나아진 바가 없었다.

저자는 카트리나의 사례처럼 최근 몰아치고 있는 민영화 열풍 때문에 ‘팔리지 않아야 할 것’이 팔리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가령 군인을 사서 쓰는 경우에는 민간 계약자들이 전투 현장에서 민간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물의를 일으킬 때 이를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정부 소속 군인의 폭력 행위에 비해 용병의 폭력은 상대적으로 통제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국민의 생존권과 같은 공공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민영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항만관리의 경우만 봐도 정부보다는 숙련된 민간 사업체가 항만 설비와 보안요원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또 공공이익을 위해 마련된 군대의 경우라도 심문과 관련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는 민간 계약자에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공공 영역을 지키려면 민영화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선긋기가 요구된다.

결국 저자는 국가 권한을 유지하는 동시에 민영화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민영화의 범위와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부문을 민영화하고 어떤 것을 지킬지에 대한 법적인 범위를 정확히 확립한 후 민영화를 밟는 절차를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민영화된 곳에도 전문적 공직인을 늘려 헌법 규제력을 늘릴 것을 주장한다. 공공행정에 오랜 노하우를 가진 전문 공직자들을 활용해 민간업체를 정확하게 감독하면 공공이익을 침해하지 않은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거듭된 경제 위기 속에서 민영화는 만병통치약으로 취급돼 온 경향이 없지 않다. 정부는 인간 본성의 효율적인 규제, 행정적 효율성 등을 근거로 기존에 담당했던 많은 업무를 외부로 위탁하고 팔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팔아서는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정부를 팝니다』는 최근 불고 있는 무분별한 민영화 바람에 제동을 걸며 한국사회는 과연 민영화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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