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

지난 17일(목)부터 오는 23일까지 이화여대 캠퍼스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와 ECC 극장에서 제3회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주류 영화시장에 배제된 비영리 영화를 발굴하자는 취지의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큐멘터리와 설치 영상 등 실험성이 돋보이는 영화를 선보인다. 이번 영화제는 ‘확장예술제’를 주제로 12개국 115편의 영화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 예술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영화제 내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고 바로 옆 ECC 극장에서는 설치작품이 전시된다. 또 이번 영화제부터는 ‘해설이 있는 영화제’ 프로그램을 시작해 관객들이 낯선 실험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개막작인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라 수프리에르」(1977)는 1976년 카리브 해 과들루프 바스테르 섬을 배경으로 한다. 7만5천명 가량의 섬 주민은 수프리에르 화산 분출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웃 섬으로 대피하기 바쁘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마을에는 을씨년스러운 적막만이 감돈다. 바람에 문끼리 부딪히는 소리도 바닥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유달리 세게 들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몇몇 사람은 섬을 떠나지 않고 꿋꿋이 생활을 이어나간다. 이들은 화산이 항상 자신들 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화산이 폭발하더라도 이는 신의 뜻이니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은 엄숙하기까지 하다. 감독은 자연재해에 직면한 인간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조심스레 묻는다.

한편 이번 영화제의 다양한 영상·설치예술 중 벨기에의 예술영화 감독인 샹탈 애커만의 설치작품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2008·사진)은 유독 시선을 잡아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웃하는 두 벽이 서로 다른 영상을 내보내며 관객을 맞이한다. 오른쪽 벽에는 담배 피는 한 여성을 오랫동안 클로즈업해 촬영한 흑백영상이 상영된다. 왼쪽 벽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의 각기 다른 속사정이 흘러나온다. 술잔을 앞에 둔 한 여인은 근심에 잠겨 궐련을 태우다 갑자기 떠오른 자신의 실수에 괴로워한다. 거리를 서성이는 또 다른 여인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담배를 피운다. 작가는 그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독자가 각자의 맥락 속에서 유추하게끔 한다. 여성들은 자기에 대한 연민과 아픔을 담배 연기에 실어 보낸다. 담배 한 갑이 모두 타 스르르 사라지고 난 뒤엔 화면 속 저 여인들의 고민도 함께 지워지길 바랄 뿐이다.

이번 영화제는 그간 어려움과 낯섦에 밀려 우리의 귀까지 미처 전해지지 못했던 실험 예술작품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데 방점을 둔다. 기존 영화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창적인 표현으로 말하는 실험예술들의 이야기에 공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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