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독립예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

1997년 미국 투어를 앞둔 영국 록그룹 마릴리온은 부족한 공연비를 메우기 위해 인터넷을 매개로 모금 활동을 펼친다. 이들의 상황에 공감한 대중으로부터 모인 비용으로 마릴리온의 미국 투어는 성사될 수 있었다. 이들의 이러한 시도는 창작자들이 인터넷상에 본인의 아이디어 및 계획을 올려 모금기간 동안 불특정다수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 후원문화인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의 효시가 된다.

크라우드 펀딩은 일정 기간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후원자의 지원금을 고스란히 돌려준다는 점에서 여타의 후원활동과 다른 양상을 띤다. 예술 후원의 특성상 특정 금액 이상이 모여야만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모금에 실패한 프로젝트에 모인 돈을 후원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프로젝트에 자금만 유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정치·재난구호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는 크라우드 펀딩은 최근 미비한 예술지원체계로 인해 창작활동을 제약받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고 있다. 창작자가 직접 자신의 예술 활동 계획을 알리는 만큼 현 지원체계 밖에 위치한 여러 예술 활동에 대한 논의가 가능한 점 역시 긍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이러한 문화예술계의 크라우드 펀딩을 도우려는 이들이 전용 사이트를 열어 눈길을 끈다. 적은 돈이 모여 창작자금이 된다는 의미로 ‘쇠똥구리’에서 이름을 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이 그것이다.

텀블벅은 예술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예술인들의 팍팍한 현실에 공감하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창작자들이 활동을 지속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염재승 대표의 포부처럼 텀블벅은 프로젝트의 성격·규모 등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펼치려는 예술인들의 시도에 주목한다. 창작자가 일단 기간과 목표금액을 설정해 프로젝트를 등록하면 후원을 원하는 대중은 ‘프로젝트 밀어주기’ 버튼을 클릭해 최소 5천원부터 후원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를 몸소 실현해나가는 텀블벅에는 후원자들의 관심이 보태져 꾸려지는 프로젝트들이 즐비하다. 지난달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복태와 한군의 은혜갚을 결혼식’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둘의 결혼식이자 공연을 위한 모금이었다. 친분 있는 뮤지션들이 노래부르고 연극을 준비하는 등 진짜 축제를 만들려는 이들의 기발한 계획에 이들을 알지 못하는 많은 대중들도 선뜻 모금에 참여했다.

지난 7월 ‘연남동 덤앤더머’는 데뷔 앨범 녹음비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서를 텀블벅에 올렸다. 앨범의 진행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공개하고 후원자들을 위한 쇼케이스를 준비하겠다는 이들의 열정에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지난 1일(화) 꿈에 그리던 첫 데뷔앨범 「우리는 날 것이다」를 발매하게 됐다.

소원영 텀블벅 공동창업자는 “텀블벅이 돈이 오가는 거점이 아니라 자유분방한 창작을 펼치는 예술인과 이에 대한 공감으로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후원자 간 소통창구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나아가 다방면의 문화 흐름을 함께 고민하는 커뮤니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텀블벅이 각양각색의 문화예술을 선보이게 하는 기폭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본다. <문의: 텀블벅(www.tumblb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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