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가 절실치 않은 학생사회
법인화 앞두고 선거 무산 위기에 놓여
스스로의 문제에 결정권 행사하기 위해서는
학생 목소리 모으기 위한 총학생회 필요해

“총학생회가 아직도 필요한가”

선거철만 되면 으레 한번씩 회자되는 얘기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총학생회가 필요하냐는 거다. 총학생회는 학생 운동 활발하던 시절에나 필요한 것 아니냐, 또는 내 앞가림도 못해주는 총학생회가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다.

사실 총학생회 폐지론은 오래된 얘기다. 계속되는 연장과 무산을 겪으면서 총학생회 선거는 점차 누굴 뽑을 것인가에서 왜 뽑아야 하는가로 옮겨갔다. 이러한 논의는 제53대 총학생회의 무산으로 총학생회 없는 2010년을 경험하면서 한층 일반화됐다. 학생들은 처음에 잠시 충격을 먹는 듯 했으나 이내 현실에 익숙해졌다. 10학번들은 입학한 지 1년이 다 돼가도록 총학생회를 경험하지 못했고, 그게 왜 문제인지도 알지 못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좀 더 편했겠지만. 다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2010년 겨울, 총학생회는 겨우 다시 생겨났다. 총학생회 선거의 성사를 알리던 개표 현장의 분위기가 생생하다. 당시 출마했던 네 선본은 선거가 성사돼 개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우선 들떠 있었다. 물론 각자의 득표 결과에 희비는 갈렸지만 여전히 개표소는 축제 분위기였다. 제53대 총학생회 출범을 알리고 출마했던 모든 선본이 한 목소리로 총학생회가를 제창할 때 학생들의 표정에는 학생사회를 염려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다시 2011년 겨울, 어렵게 꾸려진 총학생회가 이어질 수 있을까. 사실 확신이 없다. “총학생회 없어도 불편한 것 없다”, “연석회의로도 잘만 돌아가더라”는 학생들의 ‘시크한’ 반응. 그 어떤 간절함도 위기의식도 찾을 수가 없다. 이러다간 2012년도 총학생회 없는 1년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12년은 ‘성공적인 연석회의 체제’의 근거로 활용되는 2010년과는 비교상대도 안 된다. ‘법인화 원년’ 2012년에 학생을 대표해 발언할 단 한 사람이 없다니. 생각만으로도 암담하다.

총학생회 없는 1년을 상상하기 어렵다면, 2011년에 대입해보면 쉽다. 2010년 겨울의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고 또 한 차례 연석회의 체제가 이어졌다고 생각해보자. 당장 2010년 12월 법인화법이 통과됐을 때 누가 나서서 ‘서울대 학생들은 비민주적 법인화 추진에 반대한다’고 선언했을까. 누군가 말했다 해도 누가 그것을 ‘서울대 학생’들의 의견이라고 받아들였을까. 과연 총학생회가 없었다면 2천명을 모았던 비상총회, 본부 점거가 가능했을까. 지금 제53대 총학생회가 잘했다고 칭찬하자는 게 아니다. 그것이 언제 어느 총학생회든 상관없이, 총학생회가 성립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가 이 정도 위력을 갖는다는 말이다.

다수의 힘을 모아내는 것은 역사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유일하게 지녀온 무기였다. 특히 위기에 처할수록 사람들은 뭉쳐 하나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그들을 향한 억압을 이겨내려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여전히 약자일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변화를 가져오려면 힘이 없는 사람들은 힘을 모아야 했다. 혼자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모여서 봉기를 일으켰던 것도 이 때문이고,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노조를 지키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학생은 약자다. 적어도 학교 내에서는 그렇다. 학교의 변화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최고 의결기구 평의원회 참여는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다. 반방, 과방이 사라지고 옮겨져야 하는 공사 계획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아직 일방적인 통보의 대상일 뿐이다. 학교 운영이 경륜 있는 분들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면 학생들이 직접 대면하는 문제만이라도 미리 이야기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제 지겨울 정도다. 그럼에도 본부는 묵묵부답. 학생들은 마치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 수준의 상태에 놓여있다. 바로 이것이 총학생회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그래도 상관없다, 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는 퍽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결국 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어도 상관없다, 라는 말과 동치일테니 말이다. 내일부터 제54대 총학생회 투표가 시작된다. 자,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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