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대를 돌아보다

2011년은 법인화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이 있었던 해다. 지난해 12월 8일 법인화법이 학내 구성원들 사이의 충분한 동의 없이 날치기로 통과된 후 본부 측은 2012년 법인 설립을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학생사회는 법인화 반대에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올 한해 동안 학생사회는 법인화 반대 총화집회, 비상총회, 본부 점거 등 굵직한 움직임으로 법인화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교수와 직원사회도 계속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교수협의회는 정관 초안이 발표된 후 ‘정관 수정이 필요하며 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했으며 여러 단과대 교수 차원에서도 법인화 추진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서를 발표했다. 법인화법이 통과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갈등은 아직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1년은 이렇듯 법인화에 대한 갈등을 축으로 진행된 일이 많았다. 이에 『대학신문』은 법인화를 둘러싼 학내 구성원들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2011년 서울대를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

글: 신소윤 부편집장 사진: 『대학신문』사진부

[3월] 총화집회, 2011년 법인화 반대의 첫 움직임

[3월] 총화집회, 2011년 법인화 반대의 첫 움직임

지난해 12월 8일 법인화법이 날치기 통과되자 총학생회(총학)는 방학 동안 법인화 반대 총화집회를 계획했다. 이에 지난 3월 24일(목) 아크로에서 ‘법인화 반대 3,000인 선언 총화집회(총화집회)’가 개최됐다. 총학은 2월부터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3,000인 선언 서명을 진행해 총 2,015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이날 집회에는 교수, 학생, 직원을 포함해 200여명이 모였다. 총화집회에서 학생들은 3,000인 선언문을 발표하고 여러 발언을 통해 법인화 반대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또 학내 구성원들은 법인화를 독단적으로 추진하려는 본부에 경고하는 의미로 노란색 선언문을 행정관 외부 곳곳에 붙였다.

[3월] 설립준비위 명단 발표, 직원 행정관 점거
본격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본부가 지난 3월 31일(목)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준비위원회(설립준비위)’ 구성을 발표했다. 본부 측은 원래 설립준비위 명단을 31일 오후 4시 행정관 4층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알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설립준비위에 노조 추천인사 참여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저지로 기자회견이 취소되자 본부 측은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공무원노조와 대학노조, 총학은 행정관 4층에서 농성을 벌이며 오연천 총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농성 끝에 양 노조 대표는 △양 노조 위원장이 2주에 한번씩 설립준비위 등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한 △법인화 시행시 필요할 때마다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담은 협상안을 본부에 제출했다. 본부는 구두로 협상안에 대해 추후 논의할 것을 제시했고 이에 양 노조는 다음날 새벽 4시경 행정관 점거를 철회했다.

[4월] 법인화 준비를 위한 설립준비위 가동
지난 4월 15일(금) 설립준비위 첫 회의가 개최됐다. 설립준비위가 구성된 데 이어 설립준비실행위원회와 법인설립추진단도 구성됐다. 설립준비위는 지난 4월부터 11월 현재까지 총 7차례 회의를 열어 법인화 추진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법인화 추진 초기 의견 수렴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되자 본부와 법인설립추진단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메일로 법인설립추진단 소식을 정기적으로 보내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대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본부와 법인설립추진단이 발송한 메일도 법인화의 정상적 추진만을 전제한 법인화 진행 공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5월] 5년만의 비상총회 성사
법인화 반대 여론에 본부가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총학은 지난 5월 11일(수) 5·30 비상총회 소집을 공고하고 설립준비위 해체 안건을 제시했다. 그리고 5월 30일 오후 7시 20분경 정족수 1,700여명을 넘기며 비상총회가 개최됐다. 비상총회에서 ‘설립준비위 해체’ 안건은 표결 참여 인원 1,810명 중 1,715명(94.7%)의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 이어진 행동방안 표결 결과 행정관 점거가 과반수의 표를 얻어 결의됐다. 다음날 새벽 학생들은 행정관의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 점거를 시작했다. 28일간의 행정관 점거가 시작된 날이다.

[6월] ‘반지성적’ 행정관 점거?
학생들의 행정관 점거가 시작되자 여러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반지성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행정관을 점거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학생들은 행정관을 중앙도서관처럼 만들어 공부했다. 또 법인화 날치기 통과와 졸속 추진을 비판하고 설립준비위 해체를 요구하는 내용의 재치 있는 패러디 작품을 만들어 행정관 이곳저곳에 붙였다. 이로써 행정관은 법인화에 크게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지나가며 쉽게 들를 수 있는 또 하나의 학생들의 공간이 됐다. 몇몇 학생들이 함께 만든 ‘총장실 프리덤 ’ 등의 패러디 영상은 유투브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본부 라디오’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함께 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점거 문화는 자유롭고 탈권위적이었다. 이와 더불어 지난 6월 17일부터 18일 양일간 설립준비위 해체를 요구하는 락 페스티벌 ‘본부스탁’이 많은 학생들의 호응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도 했다.

[6월] 드디어 본부와의 공식 대화, 그러나…
점거 일주일 후 학생 측 대표와 본부 측 대표의 토론이 있었다. 이날 토론은 △법인화 추진 과정의 비민주성 △법인화 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한 본부의 입장 △설립준비위 구성의 비민주성 △법인화법 전면 폐기와 재논의 가능성 △설립준비위 해체 가능성에 대해 학생 측이 질문하고 본부 측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시간 진행된 토론에서도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점거가 장기화되는 듯했으나 학생들은 6월 26일 새벽에 열린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본부와의 합의사항을 받아들인 후 점거를 해제하는 안을 가결하고 대국회 투쟁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하지만 2학기 초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 전 본부 측과 총학 협상단이 밀실협상으로 점거 해제를 결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졌다.

[9월] ‘샤’ 위에서의 50시간
2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9월 22일(목) 오준규씨(법학부·08)가 법인화법 폐기와 동맹휴업 성사를 외치며 정문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버스와 다른 교통수단의 정문 출입이 통제돼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준규씨의 고공농성에 동조하는 학생들은 정문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동맹휴업 참여를 독려하며 법인화 반대 움직임을 재점화시키고자 했다. 이틀이 지난 24일 오전 7시경, 오준규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고공농성은 50시간만에 끝이 났다.

[10월] 세 차례 무산된 법인설립 공청회
지난 10월 17일부터 세 차례 있었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준비를 위한 공청회’가 일부 학내 구성원들의 저지로 모두 무산됐다. 1차 공청회에서 총학생회장 지윤씨(인류학과·07)는 방청석에서 일어나 공청회가 요식행위라고 비판하며 본부가 반대 의견을 수렴해 법인화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윤씨의 발언이 있은 후 학생들은 단상을 점거해 공청회 진행을 저지했다. 이후 있었던 두 차례의 공청회 역시 학내 구성원의 이와 같은 반대로 무산됐다. 이로 인해 세 차례의 공청회는 모두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했으며 법인설립추진단은 정관 초안 의견 수렴을 위한 과정을 온라인 공청회로 대체했다.

[11월] 법인화를 우려하는 교수들의 움직임
교수들도 법인화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교수협의회(교수협)가 10월말 발표된 정관 내 학내 의결구조 관련 조항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관 대안을 내놓은 데 이어 인문대와 자연대 등의 몇몇 단과대 교수들도 법인화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교수협은 지난 11월 14일(월) 전체 교수들에게 법인화 대토론회를 제안하고 정관 수정이 불확실할 경우 교수 대상 찬반 투표의 가능성까지 제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21일 교수협의 제안으로 열린 대토론회는 ‘서울대 법인화, 이대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정관 초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사결정구조 및 교육·연구·평가 분야 등 제분야에서 서울대 법인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 24일(목) 법인설립추진단은 정관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오는 30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받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법인설립추진단은 실행위에서 법인 정관 수정안을 심의 받고 11월 말과 12월 초에 개최될 설립준비위의 의결을 거쳐 12월 중에 교과부 장관의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12월 말 법원에 법인설립등기를 신청해 2012년 1월 1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공식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정관 수정안으로도 지금까지 학내 여러 구성원들이 제기했던 우려들은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어 앞으로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교수협은 “수정된 정관을 확정하기 전에 평의원회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교수 총투표 등의 대응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간 법인화 추진은 학생들의 행정관 점거와 고공농성, 교수와 직원 사회의 여러 문제점 제기로 혼란 속에서 진행돼 왔다. 법인화 추진 측이 법인화 마무리 작업에 돌입한 지금까지도 교수, 학생, 직원 사회의 우려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법인설립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법인화 추진 측은 그동안의 여러 갈등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그리고 이 법인화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고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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